지구 600㎞ 상공에는 망원경이 하나 있다. 1990년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궤도에 오른 허블 우주망원경이다.무게 12.2톤, 주거울 지름 2.5㎙. 지난 12년 동안 97분에 한 번씩 지구를 돌며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는 데 일조해 왔다.
지구 대기권 밖에 위치하기 때문에 지구상에 설치된 망원경보다 50배 이상 미세한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다.
빅뱅(bigbangㆍ대폭발) 뒤 5억 년이 지난 시점부터 우주 중심에서 출발해 현재 지구에 도착하고 있는 빛을 포착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이다.
지금까지 태양보다 수십 억 배나 큰 블랙홀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입증했고, 슈메이커 레비 혜성의 목성 충돌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시간 탓일까. 발사 2개월 뒤 거울면 변형이라는 중대 결함이 발생했고, 1993년 대대적인 수리를 시작으로 1999년 11월 작동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그 해 12월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결국 렌즈 교체 등 2년간의 현대화 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1일 발사된 미국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임무는 이 작업의 마무리다.
컬럼비아호 승무원들은 파손된 태양전지 패널을 에너지 효율이 높고 견고한 것으로 교체한 뒤, 망원경의 전력통제유닛을 바꿀 예정이다.
11일간의 부품교체 및 수리작업이 모두 끝나면, 허블 망원경의 관측능력은 10배 정도 늘어난다.
이번 임무는 위험부담도 크다. NASA 관계자는 “최초로 망원경의 전력을끊은 채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수리작업 중 가장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제불가능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 설치는 1986년 챌린저호 폭발사고로 연기됐던 경험이 있다.
이번 컬럼비아호 발사도 출발지 플로리다의 혹한으로 인해 연기되기도 했다. 챌린저호가 낮은 기온 탓에 로켓 추진장치 연결부위가 약해져 폭발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은하가 수많은 은하 중 하나에 불과하고,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에서 따온 허블 우주망원경.
2007년이면 차세대 우주 망원경으로 대체돼 우주 파수꾼의 임무를 끝낼 예정이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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