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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품 당당… 곧은 피리인생 4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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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품 당당… 곧은 피리인생 45년

입력
2002.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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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악 일인자 정재국씨 회갑맞아 8일 결산무대 연주마 100여명 참여피리 정악의 일인자 정재국(60ㆍ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씨가 회갑을 맞아 피리 인생 45주년을 결산하는 무대를 갖는다.

8일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전국의 피리 연주자 100여명이 참여하는 큰 잔치이기도 하다.

국립국악원,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경기도립국악단, KBS국악관현악단의 연합 국악관현악단과 21세기피리연구회, 정씨가 예능보유자로 있는 대취타와 피리 정악의 제자 등이 출연한다.

그는 일제시대 이왕직아악부 출신 1세대 스승들로부터 정악 피리의 전통을 물려받아 원형 그대로 오늘에 전했고, 수십 곡의 창작음악을 초연하는 등 피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몸에 짊어지고 걸어온 국악계의 큰 스승이다.

국립국악원에서 32년간 있다가 199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으로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호 ‘가산(茄山)’은 태산 같이 무거운 피리가 되라는 뜻으로 국악계 최고 원로 김천흥, 성경린 옹이 함께 지어준 것이다. 과연 그는 피리 정악의 큰 산이 됐다.

“중학교 2학년 때인 1957년,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양성소에서 피리를 처음 잡았지요. 애처로 운듯 하면서도 힘이 있고 사람 마음을 흔들어놓는 피리 소리를 들으면서, 이걸 하면 사람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어루만질 수 있겠구나 싶어 전공하게 됐지요.”

피리는 우리 악기 중 소리가 제일 크고 강약 조절과 표현이 자유로워 주선율을 담당하는 중요한 악기다.

당피리, 향피리, 세피리가 있다. 당피리는 그중 가장 소리가 크고 무거워 장중한 정악과 종묘제례악, 임금의 거동이나 군대 행진 등 야외음악에 쓰고, 중간치인 향피리는 궁중 잔치 음악이나 민속악, 무용 반주 등 흥이 넌출대는 자리에, 가장 작으면서 부드럽고 깨끗한 소리를 지닌 세피리는 섬세한 가락의 노래 반주나 실내악에 주로 쓴다.

“정악피리의 음색을 일러 흔히 이른 아침 수탉 울음처럼 씩씩하고 유장하다고들 하지요. 어찌 보면 어둡고 둔탁한 게 쉰 듯 째지는 듯 들리기도 하지만, 그러한 다양한 음색 덕에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지요. 우리 음악의 참맛은 사실 깨끗하고 예쁜 소리가 아니라 거칠거칠하고 투박한 소리에 있습니다. 음악을 조였다 풀었다, 음을 밀었다 흘렸다 하는 게 우리 음악의 특징인데, 그게 바로 피리의 장점이기도 하구요.”

이번 공연은 독주, 앙상블, 합주 등 다양한 편성의 피리 정악과 창작곡으로 짜여있다.

정악곡으로는 관악기와 타악기의 힘찬 어울림이 씩씩하고 늠름한 ‘대취타’, 피리 독주의 백미 ‘상영산’, 50여 명의 피리 합주로 선보일 유장한 ‘보허자’, 세피리ㆍ대금ㆍ가야금의 조촐한 3중주로 엮는 ‘언락’과 ‘편락’ 이 연주된다.

창작곡으로는 그가 1972년 첫 독주회에서 초연했던 이상규의 피리협주곡 ‘자진한입’, 백대웅이 그를 위해 작곡한 1999년작 ‘가산을 위한 피리협주곡’과 함께 직계 제자인 작곡가 원 일의 헌정곡인 새 취타 ‘고비원성(高飛遠聲)’이 초연된다. 공연 문의 (02)958-2518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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