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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챔피언' LA촬영현장…김득구 '최후의 링' 7분에 17억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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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챔피언' LA촬영현장…김득구 '최후의 링' 7분에 17억투입

입력
2002.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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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예주간지 버라이어티의 크리스토퍼 알포드 기자는 1일 ‘챔피언’의 엑스트라를 자원했다.“LA에서 한국영화가 이렇게 대규모로 촬영된 것은 처음이다. 그래도 80달러(식대 포함)출연료를 받으니 나도 손해는 아니다.”

4시간 비행기를 타고 아내와 두 아이를 동반하고 LA를 찾은 시카고 교포, 뉴욕에 들렀다 유오성을 응원하러 온 장동건까지 영화 촬영장에는 일부러 찾아온 손님이 많다.

1982년 11월14일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시져스팔래스 호텔 특설링. 가장 화려한 도시에서 가장 초라한 죽음을 맞은 복서 김득구가 마지막으로 존재했던 시간과 공간이다.

김득구는 WBA 라이트급 챔피언 레이 맨시니에게 도전했다 14회 K.O.당한 후 의식을 잃고 나흘 뒤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이 곳은 현재 주차장으로 변해 제작팀은 LA 근교 세플베다 댐 주변 2,500평의 부지에 대규모 세트를 지었다.

28일 촬영을 시작, 6일간의 일정으로 영화 초반과 말미를 장식할 7분의 분량을 촬영 중이다. 제작비 60억원의 30%인 17억원, 1분당 1억 7,000만원이 투입된 셈이다.

1일 촬영 분량은 WBA 라이트급 챔피언전에 나선 도전자 김득구가 락커에서 몸을 풀고, 링 아나운서의 소개를 받으며 나타나는 두 장면.

6일간 7,000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될 예정으로 이날은 1,000명을 불렀다.

백인 절반, 흑인과 히스패닉 등유색인종 절반. 김득구를 응원하는 한국인 엑스트라 20명은 유색인종과 어울려 값싼 스탠드석에 앉아있다.

한국인 응원 속에 자주색 후드에 몸을 묻은채 굳은 얼굴로 나타난 김득구. 1분이 채 안되는 장면이 5번 시도 끝에 O.K 사인이 났다.

촬영 및 음향감독을 제외한 80여명의 스태프는 모두 현지에서 채용된 사람들. “요즘 LA의 로케이션 수요가 많지 않아 고급 인력과 장비를 저렴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감독의 설명이다.

김득구가 “세상에 가장 정직한 운동”이라 말했던 권투는 너무 많이, 너무 유사하게 영화로 만들어졌다.

“정직한 운동이지만 순진하게만 만들지는 않겠다”는 감독은 바닥에서 천정을 치고 내려오는 기묘한 움직임의 카메라 워크를 위해 ‘모션 캡쳐’(동작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컴퓨터그래픽으로 관객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각종 영상 기법을 준비했다.

“원제는 ‘Remember Him’이었다. 주린 배로 일어섰던 우리 아버지, 선배들. 그들은 너무 빨리 잊혀졌다. 간결한 드라마, 빠른 템포, 밝은 캐릭터로 승부하겠다. 그리고 이건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얘기다.”

김득구 묘를 찾으려다 그의 형을 만난 것부터 시작,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를 보면 “꼭 그가 내 뒤에 서 있는 느낌”이 든다는 감독.

현재 50% 촬영된 영화를 4월말 마무리한 후 7월1일 개봉한다.

로스엔젤레스=박은주기자

jupe@hk.co.kr

■김득구役 맡은 배우 유오성

“트레이닝할 때 쓰는 줄넘기에 두 사람의 이름을 써넣었다. 1982년 사망한 김득구와 지난해 10월사망한 스피드 박(박철민, 충무로 퀵서비스맨)이다. 그 둘은 모두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 뭔가를 버리고 갈 수 있는 초연함을 가졌던 사람이다.”

8개월째 왼손잡이 복서 김득구(金得九)가 된 배우 유오성은 이제 “권투 선수가 되어도 좋겠다”는 말을 듣는다.

제법 멋을 부린 80년대 스타일의 머리, 근육으로 단단히 무장된 날렵한 몸. 36세 배우로서 자랑스러울 법하다.

그러나 그는 친구들로부터 “권투를 하지 않았으면 가수가 됐을 것”이라는 평을 들었던 명랑한 복서, 김득구가 되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는 맞아죽은 사람이다. 때문에 그의 밝은 면을 부각하고 어두운 면을 감추려 했을 것이다. 망자에 대한 예의다. 영화의 진짜 묘미는 김득구 사망 후의 짧은 얘기에 있다.”

지난해 ‘친구’의 극장 개봉 후 곽경택 감독에게 “다음 영화가 뭐냐”고 묻자 “이런 결말을 가진 복서얘기”라는 말을 듣고 “그럼 내가 한다”고 했다.

처음 줄거리를 들었을 때 “섬뜩했다.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다”고.

마지막 반전에 기대를 걸어달란 주문이다. ‘아들’이라는 말로 보아 김득구의 유복자와 관련한 이야기인 모양이다.

“김득구는 촌사람이고, 솔직하고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일이 좀 잘 풀리자 나중에는 다소 시건방져지기도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가 설정한 김득구는 말 잘하고 쇼맨십도 있고, 세상의 때도 묻히는 그런 평범한 젊은이. 그러나 내면 연구보다 ‘몸’ 만드는 것이 먼저였다.

복서는 주먹에 맞는 순간에도 눈을 감지 않는 법. 정두홍 무술감독과 맨주먹으로 눈을 때리는 연습으로 시작, 마틴스콜세지 감독의 ‘성난 황소’가 권투영화의 백미라는 감독의 주문에 도달했다.

‘투우장에 선 성난 황소, 앞뒤 잴 줄 모르고 달려드는 황소’가 됐다.“(이기지 못하면) 죽으려고 왔다”는 다소 과장된 출사표를 던진 김득구에 그렇게 다가갔다.

그의 나이 36세, 몸무게 73㎏. 경기 당시 김득구는 26세, 63㎏. 10년과 10㎏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까.

“영화는 다큐가 아니라 드라마다. 관객은 배우의 외면이 아니라 그들의 환상을 통해 김득구를 볼 것이다. 휴머니즘 스토리의 힘을 믿는다.”

로스엔젤레스=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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