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전투기(F-X) 사업이 끊임없이 잡음을 만들어내고 있다.이번에는 난데없이 평가기준을 바꾼 것이 말썽이다. 기종선정을 불과 한달여를 남겨두고 각 평가항목별 최하점수를 0점에서 60점으로 한 것이다.
당연히 4개의 경쟁기종 가운데 유리해지는 쪽이 있다고 한다. 바로 미국 보잉사의 F-15K다.
기술적인 사항에 관해 따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핵심은 특정기종을 정하기 위해 평가기준을 바꾸고 있다는 의혹이다.
최하점수를 60점으로 함으로써 평가의 변별력은 자연히 떨어진다. 몇 개의 기종이 평가 1단계에서 다같이 오차의 범위(3%) 이내로 들어왔을 때는 2단계에서는 ‘정책적 고려’에 의해 정해진다.
‘정책적 고려’는 ‘정치적 고려’라는 표현과 그리 다르지 않다. 만의 하나, 만들어진 지 30여년이 되어 ‘차세대’라는 이름을 무색케하는 단종(斷種)기종인 F-15K를 뽑기 위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정말 큰 문제다.
우리는 1989년의 KFP사업을 아직 잊지 않고 있다. F-16과 F-18을놓고 미국의 두 제작자가 치열한 로비를 벌였고 실무진의 의견과는 달리 ‘정치적 고려’에의해 F-16이 한국형 전투기로 선정되었던 일이다.
당초 지난해 11월께 기종선정이 끝났어야 할 F-X사업도 해를 넘기며 ‘전면 재검토’에서 ‘계속 추진’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리고 현정부의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부시 미 대통령이 한국을 다녀간 뒤부터 속도가 더해가는 느낌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 모르지만 이번의 평가기준 변경지시도 부시의 방한 직전에 이루어졌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파문이 커지자 “우리는 소신있게 하겠으니 믿어 달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 대한 대답을 최소한 1년 동안은 유보하려고 한다.
앞으로 정권이 바뀐 뒤에도 ‘F-X 청문회’가 열리지 않는다면 그때 “당신들을 믿는다”고 말하겠다.
그 동안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 다만 군 관계자 뿐만 아니라 이 일에 관계된 모든 사람이 KFP사업 때의 교훈을 반면 교사로 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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