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약초 추출물을 이용한 약침요법이 각종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대한약침학회는 최근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약침을 이용한 요추간판탈출증(허리 디스크), 폐렴, 수근관증후군 등의 각종 질환 치료 사례를 발표됐다.
약침은 극소량의 천연 약초 추출물을 주사기로 침혈(鍼穴ㆍ침 놓는 자리)에 주입하는 요법이다.
약침은 1960년대 초 경희대 한의과대 부속한방병원에서 ‘금란침(金蘭鍼)’이란 이름으로 암 치료에 처음 이용됐다. 그 이후 인삼약침액의 항암 효과가 입증되면서 약침 이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수근관증후군에 효과
수근관증후군은 손목 신경이 압박을 받아 이 부위가 저리거나 통증, 감각 이상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양의학에서는 손목 인대 내에 국소 마취제와 스테로이드제제의 혼합액을 주입하는 주사요법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약물 특성상 같은 신체 부위에여러 차례 주사할 수 없는 게 단점이다.
동신대 한의대 순천한방병원 사상체질과 김일환 교수팀은 최근 이 병원을 찾은 수근관증후군(자갈 풍) 환자 5명을 대상으로 대한약침학회가 공급하는 ‘중성어혈(中性瘀血)1호’와 ‘황연해독탕(黃連解毒湯)’을 1대1로 섞어 약침을 10여 회씩 시술했다.
그 결과 5명 가운데 4명은 저리거나 통증 등의 증상이 완화됐으며, 나머지 1명도 2~3회 추가 치료로 증상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약침요법이 아직 초보 단계이지만 확실한 효과가 있다”며“앞으로 좀 더 많은 임상사례와 추적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라지 약침액 폐렴 증상 개선
도라지는 가래 기침 해소 천식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는 도라지가 포함돼 있는 처방이 무려 273가지나 될 정도다. 도라지에 함유된 사포닌이 가래를 삭이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동인당한방병원 침구과 박형선 박사팀은 ‘장생도라지 약침액의 폐렴 증상 개선효과에 대한 임상례’논문에서 24년생 도라지에서 추출한 약침액을 이용해 폐렴 환자 20명에게 20~25회 투여한 결과, 대부분 기침 가래 등의 폐렴 증세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피부변화 등의 부작용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네약침액 허리디스크에 효과
지네를 이용한 오공(蜈蚣)약침이 요통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인 요추간판탈출증(허리 디스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광대 광주한방병원 침구과 고강훈 박사팀은 ‘오공약침을 이용한 요추간판탈출증 치료의 임상적 연구’ 논문에서 이 병원에 입원 치료한 요추간판탈출증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7일간 오공약침을 시술한 결과, 8명에게서 통증이 호전됐다고 밝혔다.
이들 환자에게 오공약침을 시술하는 동안에 피부변화 등의 부작용은 없었다. 고박사는 “오공약침이 요추간판탈출증 치료에 유효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항암 약침의 최신 경향
대전대 부속 한방병원 유화승 교수는 ‘항암약침의 최신 경향에 대한 고찰’논문에서 인삼약침 등 현재 28개 항암 약물이 동물실험 중이라고 밝혔다.
유교수는 “항암약침이 조만간 임상에도 본격 이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암 약침제제의 개발은 한방 독자적으로 암환자를 관리할 수 있고, 경구 투여가 곤란한 말기암 환자의 삶의 질향상과 생존율 증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한의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유교수는 항암 약침의 연구 방향에 대해 “약물선택에 있어서 구체적인 항암 효과가 밝혀진 항암 약초들에 대해 효능별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단일 약물뿐만 아니라 복합 제제의 항암 효과를 규명하는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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