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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평등과 경쟁 조화된 獨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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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평등과 경쟁 조화된 獨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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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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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독일의 교육학자 슐라이어마흐는 ‘교육을 받을 대상인 인간이 평등한가 아니면 불평등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그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소질과 능력에서 차이가 나고, 따라서 불평등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교육은 사람에 따라 불평등하고 차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러한 불평등의 원인을 찾아보면, 소질이나 재능과 같은 선천적인 불평등도 있지만, 후천적 신분계층에 따른 사회적인 불평등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불평등하게 교육하면 교육이 사회적 신분 재생산에 기여하는 문제점을 낳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절묘한 절충안을 제시한다.

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해 평등한 교육을 하고, 점차소질과 능력의 차이가 확인되면 그에 따른 불평등한 교육, 즉 수준별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슐라이어마흐의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 독일의 교육제도에 투영되어 있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4년 동안 누구나 동일한 교육을 받는다.

이후 6년의 중학교과정을 다니게 되는데, 이 중학교는 학생들의 성취능력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상위권 학생 30%는 김나지움 중학교에, 중위권 30%는 레알슐레, 하위권 30%는 하우프트슐레에 진학한다.

김나지움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3년제 김나지움 고등학교에 진학해 졸업 후 대학에서 학업을 계속한다.

레알슐레와 하우프트슐레를 졸업한 학생들은 직업고등학교를 거쳐 바로 직장생활을 한다. 나머지 10%의 학생은 수준 구분이 없는 종합학교에 진학한다.

독일은 또 중학교부터 능력에 따른 수준별 교육을 실시한다. 독일 학부모들도 수준별 교육이 자녀들의 소질을 적절히 개발하는데 적합한 제도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학생들의 능력이 모두 조기에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두 가지 대안이 마련돼 있다.

하나는 전학제도다. 초등학교에서 성취능력이 하위권인 학생은 일단 하우프트슐레로 진학하지만, 나중에 드러나는 성취능력에 따라 레알슐레 또는 김나지움으로 전학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종합학교제도다. 그들은 6년동안 이 학교를 다니며,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졸업 후에 일부는 김나지움 고등학교로, 또 일부는 직업고등학교로 진학한다.

중학교의 경우 하우프트슐레, 레알슐레, 김나지움 사이의 수준차가 크기 때문에 독일은 제도적으로 비평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비춰지는데, 실제로는 독일의 모든 학교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평준화되어 있다.

도시와 농촌, 시·도별로 같은 종류의 학교간에는 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중학교 단계의 김나지움, 레알슐레, 하우프트슐레 사이에는 학력차이가 존재하지만, 지역이 다르다고 해서 레알슐레 사이, 또 김나지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수준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학교는 수준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보완한다.

중학교 이상의 모든 학교는 수학I, 수학II와 같이 능력에 따라 상이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 교육제도의 정착에는 학부모들의 의식이 큰 역할을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좋은 학교에만 진학하는 것을 고집하지 않는다.

자녀의 능력에 맞는 학교에서 소질과 능력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교육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진로를 선택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자녀들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진학할 때 학교에서 실시한 평가와 그에 따른 진학추천을 신뢰하고 존중한다.

사회적 합의도 크게 작용한다. 독일이 지향하는 사회적민주주의, 사회적 자본주의 체제는 학생들의 능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평등주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 국가경쟁력만을 추구하는 수월경쟁주의를 모두 거부한다.

평등이란 구조 안에서 수월성을 추구함으로써 독일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창환·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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