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4조1,000억원이 투입되는 차세대전투기(F-X) 기종 선정에 매우 이례적인 평가기준을 적용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과 함께, 국방수뇌부의 ‘보잉사 F-15K 지원’의혹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이번에 국방부가 각 평가기관에 보낸 지시 공문의 내용은 ‘상식’을 벗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체 평가에 적용되는 이 기준은 업체가 평가항목에 포함된 장비나 기술이전 등을 아예 제시하지 않을 경우에도 이전 대규모 무기도입 사업의 경우와 달리 0점이 아닌 60점을 받게 된다. 당연히 각기종간 평가 요소별 점수 차가 좁혀지게 된다.
물론 이 경우 최대 수혜자는 미 보잉사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보잉은 1단계 평가에서 열세인 것으로 알려진 스텔스 탐지기능(IRST), 광학시스템장비(FSO) 등과 요구 수준의 30%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 기술이전 등에서 점수를 상당폭 만회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되면 현재 진행 중인 1단계 평가에서 각 기종 간의 점수차가 오차범위(3% 이내)로 축소돼, 여기에서 단일 기종이 선택될 가능성이 희박해 진다.
결국 복수 기종이 2단계 평가로 가게 되는 데, 2단계는 1단계 평가점수와 관계없이 국가안보, 외교 등 ‘정책적 고려’로 기종을 최종 선택하도록돼 있어 혈맹관계를 갖고 있는 미국 업체가 절대 유리하다.
사실 국방부의 ‘F-15K 밀어주기’의혹은 지난해 말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이후 계속 증대돼 왔다. 당시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F-15K 지원을 공식 요청한데대해 김동신(金東信) 장관은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국방부는 이후 지난해 말 보잉 측에 불리한 ‘기술이전’에 대한 가중치를 줄였으며, 지난달부시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한ㆍ미 관계가 급랭했을 때는 당초 조건부 재검토 의사를 밝혔던 F-X사업의 무조건 강행을 선언했다.
이번 조치는 F-X사업 참여 업체와 해당국 뿐 아니라 군 내에서도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군 관계자는 “최근 국방부가 최하점수 60점 적용안을제시하자 일부 평가기관이 ‘전례에 벗어난다’고 강하게 반발, 결국 국방부가 공문을 통해 ‘지시’하는 형식을 밟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군에서는 영관급 장교들을 중심으로 공론화 움직임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 관계자는 “원래 예산보다도 10억 달러 가까이 혈세가 추가된상황인데도, 기종 도입 과정에서 공정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사업을 연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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