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경(52)하면 떠오르는 것은 선이 굵은 남성드라마이다. ‘태조 왕건’을 마친 그가 곧바로 이어지는 KBS1 대하사극 ‘제국의 아침’(토,일요일 오후 9시45분)을 맡았다.1년9개월동안 원고지 2만매 분량을 써내려간 ‘태조 왕건’에 이어 다시 대하드라마라니 지치지도 않는 것일까?
‘용의 눈물’을 마치고 1년 6개월동안 잠시쉰 것을 제외하면 주말의 밤 시간대는 그가 줄곧 잡아오고 있다.
게다가 SBS가 2월26일부터 촬영에 들어간 ‘야인시대’와 영화 ‘싸울아비’도 그의 작품이다.
‘제국의 아침’은 고려 태조 왕건의 죽음부터 4대 광종까지를 다루는 작품.
광종은 태조 이후 복잡하게 얽혀있는 호족세력간의 갈등을 마무리하고 노비안건법, 과거제등을 실시해 고려 왕조의 기틀을 세운 명군. 그러나 사료가 많지 않다.
“석사논문까지 포함해도 왕건에 대한 연구논문이 약 500편인 반면 광종에 대한 것은 50편에 불과하다”고 이환경이 말하는 데서 고려사에 대한 그의 연구가 녹록치 않음을 느낀다.
이미 “15년전에 고려 후기 무신정권시대에 매료돼 고려사를 섭렵하기 시작했다”고. 특히 ‘용의 눈물’을 마치고부터 본격적으로 고려사 자료수집에 들어갔으니 이번 작품에는 적어도 5년 이상의 내공이 응축되는 셈이다.
그는 ‘야인시대’가 7월께부터 전파를 탈 예정이라 당분간 겹치기가 불가피하다. 다른 사람은 한 작품만 해도 피가 마른다는데 이환경은 글쓰기라면 자신이 있단다.
“5시간이면 한 꼭지(1회 방영분)를 마칠 수 있다. 기분이 내키면 하루에 2꼭지도 작업한다.”3년동안 컴퓨터를 익혔지만 겨우 1분 150타를 친다는 그에게 고민은 글쓰기가 아닌 글자 쓰기.
직접 원고를 쓰다보니 어깨가 너무 아파서 요즘은 시간도 절약할 겸 대본을 구술한다. “방에서 연극하듯이 대본을 불러주면 조수가 받아적는다”며 “처음에는 쑥스럽기도 했는데 이제는 연기도 많이 늘었다”고 웃는다.
“거푸 글을 쓰니까 순발력이 떨어지는것이 고민”이라는 그는 ‘태조 왕건’에 대해서는 아예 “200회씩이나 하니까 징그럽더라”라고까지 말한다.
좋아하는 술을 마실 시간조차도 없어서 양을 재지 못하던 그의 주량이 소주 3병으로 줄었다.
요즘 그의 연구대상은 광종 역을 맡은 김상중이다. “개발되지 않은 카리스마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왕건보다 광종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그는 “작가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환경은 또다시 역사와 허구의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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