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사이클이 짧아진다.호황도 짧아지고, 불황도 짧아지는 경기순환의 단축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국내 경제구조와 기업들의 경기대응방식 자체가 달라진 결과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일 민간연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전후로 경기는 일단 저점을 지난 것으로 평가된다. 정점이 2000년8월이었던점을 감안하면 경기 수축기간(정점→저점)은 13개월에 불과했던 것이다.
환란 때문에 불황기가 2년반 가까이 지속됐던 1996년3월~98년8월의 수축기(29개월)을 제외하면1970년대 이래 경기가 정점에서 저점으로 내려오는데 걸리는 기간은 통상 18개월 안팎이었다. 따라서 작년 9월의 저점은 이례적으로 빨리 온 셈이다.
이런 현상은 확장국면(저점→정점)도 마찬가지다. 직전 확장기간은 98년8월부터 2000년8월까지 24개월간지속됐다. 적어도 30개월, 길게는 40개월이상 지속되는 과거 확장기에 비하면 너무 짧았다.
결국 과거엔 경기가 바닥을 지나 피크를 치고 다시 저점까지 오는데는 통상 5년 정도 걸렸지만, 환란이후 경기사이클은확장 2년, 수축 1년 등 3년만에 한바퀴를 돈 셈이다.
■민감성 확대
경기순환속도가 빨라진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움직임이 각종 쇼크에 민감해진데 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박사는 “내수시장이 협소하고 생산능력의 40%이상이 수출에 의존하다보니 세계경제, 특히 미국경제에 국내 경기가 연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에 대한 민감성도 커졌다. 실제로 IMF 사태이후 경기의 부침은 증시의 부침과 같은곡선을 그렸다.
실물경기여건의 변화와 관계없이 주가의 움직임은 자산효과를 통해 개인 소비심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결국 경기전체가 따라가는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달라진 기업경영
환란이후 ‘현금중시경영’이확산되면서 기업들은 재고를 최소화하는 추세다.
한국은행 조승형 동향분석팀장은 “경기는 재고변동에 따라 움직인다”며“기업들이 현금흐름확보를 위해 재고조정에 탄력성을주면서 불황기가 짧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즉, 과거엔 팔리지 않더라도 일단 물건을 만들어냈고, 결국 쌓아둔 재고를 처리하지 못해 가동률급락→경영난심화→경기침체 가속의 악순환이 빚어졌지만 최근엔 재고량을 적정수준으로 관리하면서 수요변화에 따라 생산을 탄력적으로 조절, 경기충격을 스스로 흡수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정보기술(IT) 산업발전으로 전산에 의한 재고조절이 용이해지면서 전체 경기변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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