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부총재의 탈당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당 대결로 흘러가던 16대 대선구도에 일대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그 동안 정치권에서 제기된 ‘제3후보론’ ‘영남후보론’ 등이 TK(대구ㆍ경북)지역에서 잠재력을 평가 받고 있는 박 부총재의 한나라당 이탈을 전제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실시된 민주당과 한나라당 유력후보와의 3자 대결 가상 여론조사에서도 박 부총재는 17~20%의 만만치않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부총재가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시기를 앞당겨 전격 탈당한 것도 스스로가 제3후보론을 실현하는 기폭제가되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신당창당으로 가나
박 부총재는 당분간 무소속으로남겠다고 했으나 머지 않아 외연 확대를 위한 ‘정치개혁 신당’ 창당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필마(單騎匹馬)의 한계를 극복, 국민 지지기반을 넓히고 본격 정계개편에 대비한 자신의 상품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순이다.
이 경우 1순위 연대 대상자로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꼽힌다. 정 의원은 이미 지난해 말 박 부총재를 포함시키는 신당창당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같은 영남출신인 정 의원과의 제휴는 신당의 영남권 영향력 강화와 함께창당 자금문제까지 해결해 줄 수 있는 조합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남 후보론’ 주창자인 민국당 김윤환(金潤煥)대표도 주목대상이다. 평소 영남에서 박 부총재의 파괴력을 높이 평가해 온 김 대표가 박 부총재에게 먼저 손을 내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대표가 민국당 해체에 이어 박 부총재를 간판으로 하는 신당 창당으로 킹 메이커역을 자임할 수도 있다는 얘기들이다.
■정계개편 향배
박 부총재의 성패를 좌우할 최대 관건은 역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의 선택이다.
이들 두 김씨가 합세한다면 지각변동에 가까운 판세변화가 일어날수도 있다. 이 경우 한나라당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들 모두 박 부총재와의 협력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이지만 현재는 김 전 대통령쪽이 보다적극적이다.
그는 “대선구도가 이대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영남후보 등장의 필요성을 역설해왔고, 이는 박 부총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김 전 대통령의 대변인격인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28일 지난 주 박 부총재와의 회동사실을 소개하며 “박 부총재가 조만간 김 전 대통령을찾아 뵙겠다고 했다”고 군불을 지폈다.
자민련의 활로모색에 부심 중인 김종필 총재도 박 부총재와의 정서적 공감대가 넓다.
다만 두 김씨의 선택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6월 지방선거,아니면 8월 국회의원 재보선 이후 박부총재의 위상과 가능성이 보다 확연해진 뒤에야 비로소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박 부총재가 그 시점까지 어느 정도의 정치적 역량을 보이느냐에 따라 두 김씨의 지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란 분석이다.
대선 구도의 불확실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임을 말해주는 정황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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