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와 각국 화폐의 병용 기간이 끝나고 유로화만 사용되는 3월 1일을 하루 앞둔 28일 유럽연합(EU) 12개국 국민들의 반응은 차분했다.1월 1일부터 유로화의 전면 통용 이후잘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이미 프랑스,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은 지난 달 말부터 자국 통화의 사용을 차례로 중지했다. 28일까지 기존 통화와 새 통화의 병행 사용을 허용했던 독일의 경우에도 마르크화는 지갑이나 현금 지급기에서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다.
유럽의 옛 통화는 이제 지난 날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의 서랍이나 박물관의 유물로 남게 됐다. 유럽의 옛 통화에는 유럽 문명의 이면사가 배여 있다.
그리스의 드라크마는 인류 최고(最古)의 화폐로 기원전 7세기 소아시아에서 처음 출현했다. 마르크에는 독일 경제 부흥의 상징과 전흔이 함께 묻어 있고, 1360년 영국에 억류됐던 국왕의 석방을 기념해 출현한 프랑스 프랑에는 자유와 해방의 의미가 담겨 있다.
“앞으로 유로화만 쓸 수 있다 하더라도 유럽의 옛 통화들은 상당기간 계속 통용될 것이다. 사람들의 꿈속에서.” 독일의 한 신경 의학자는 유럽의 옛 통화가 사람들 뇌리에서 사라지기까지에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의 구 화폐는 은행에서 환전할 수 있다.
2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리라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작은 행사가 열렸다. 로마 중심가 트레비 분수에 몰려든 사람들은 ‘동전을 뒤로 던지면 로마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 분수대를 향해 빛바랜 리라 동전을 던졌다. 버스를 타기 위해 돌아가는 로마 시민들의 손에는 대신 유로화 동전이 쥐어져 있었다.
◇사라진 유럽 12개국 통화: 그리스 드라크마, 독일 마르크, 프랑스 프랑, 벨기에 프랑, 네덜란드 길더, 이탈리아 리라, 스페인 페세타, 포르투갈 에스쿠도, 룩셈부르크 프랑, 아일랜드 파운드, 오스트리아 실링, 핀란드 마르크
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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