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내 아름다운 파출부먼지를 닦는 파출부가 있었다.너무 자주 염색해서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한 이 여자가 잠시 남자 곁에 머물렀다.
실연했던 남자는 여자를 안으면서 상대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아마그렇게 믿고 싶었을 것이다. 먼지가 날아가듯 여자가 떠나가버린 다음에도.
1999년 메디치상을 수상한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오스테르(53ㆍ사진)가 2001년 발표한 ‘로라, 내 아름다운 파출부’(현대문학발행)는 그의 소설 중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사랑에 대한 인간의 믿음은 먼지처럼 쌓였다가 털려나간다. 그리고 먼지가 다시 내려앉는 것처럼 믿음은 헛되이 되풀이된다. 이 허무한 반복을 드러내는 것은 한 비평가가 ‘뱀의 글쓰기’라고 평했던 독특한 문장이다.
긴 문장에는 쉼표를 자주 사용하면서 단문을 섞어쓰는 그의 글쓰기는 차갑고 미끄러지는 듯 하다. 그것은 격렬하기보다는 조심스러운 감정의 변화를 놀랍도록 속도감 있게 전달한다.
‘마치 오래전부터 거기 그렇게 살아온 한 존재에 익숙해지듯이, 나는 그녀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싫증을 느끼지는 않았다.
누구든지, 살아가면서 반드시 진정한 사랑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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