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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한강'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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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한강'도 흐른다

입력
2002.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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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혹시 음력은 아녔던가요? 기회가 있으면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3년 전 3월1일 ‘압록강은 흐른다’는 ‘지평선’을 쓰고 받은 독자의 전화였다.이미륵의소설 ‘압록강은 흐른다’ 에는 1919년 3월 1일의 날씨가 화창했다고기록돼 있어서, 그날이 춥지 않았을까 하는 소시민적 걱정을 덜어주었다는 내용을 썼었다.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1896년부터 양력을 사용했기때문에 만세 부른 날은 양력이라고 한다.

■‘압록강은…’은 경성의전에 재학 중인 작가가 3ㆍ1운동에가담했다가 검거망을 피해 독일로 망명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자전적 소설에는 패망한 나라에서 민족의 긍지를 찾고자 하는 소년의 염원이 애잔하게그려져 있다. 좋은 소설은 서사적 기능으로 인해 늘 훌륭한 역사 선생님이 된다.

해방 후 이념의 험한 지형을 누벼온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씨가 최근 후속작에 해당하는 ‘한강’을 완간했다.

■역시 젊은이가 중심 인물인 ‘한강’은 1960~70년대가 지녔던 희망의 극점과 좌절의 환부를 예리하게 해부해 보여주는 야심적 소설이다.

소설에서는 5ㆍ16 군사쿠데타이후 경제발전의 꿈과 가혹해지는 인권상황이 낡은 수레바퀴처럼 역사를 난폭하게 이끌어간다.

5ㆍ16 직후의 풍경이다.

■소설이 동시대의 사건과 정서를 다루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문학의 본령에 해당하는 일이다. 그는 ‘아리랑’ ‘태백산맥’ 등을 통해 가시권 안에 있는 우리의 역사와 현실을치열하게 그려 왔다.

치열함 때문에 그는 ‘이적성’ 문제로 고발 당했고 아직도 미해결 상태다. 역사의 엄정한 감시자인 그는 그러나현실정치적 발언은 극히 삼가고 있다. 작품으로만 말하려는 장인적 자세는 요즘 흉내내기 어려운 미덕이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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