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 2월28일 시인 김현승이 광주(光州)에서 태어났다. 1975년 몰(歿). 김현승의 호는 남풍(南風) 또는 다형(茶兄)이다.목사였던 부친을 따라 어린 시절에 평양으로 이주해 거기서 숭실중학과 숭실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숭실전문학교는 지금 서울에 있는 숭실대학교의 전신이다.
1897년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배위량(裵緯良ㆍ베어드)이 숭실학당이라는 이름으로 개설한 이 학교는 1904년 숭실대학으로 승격해 한국 최초의 대학이 됐지만, 일제의 탄압으로1925년에 전문학교로 축소됐다.
김현승은 숭실전문 재학 시절 교지에 투고한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이라는 시가 그 학교 교수였던 양주동의 눈에 띄어 동아일보에 발표되면서 시단에 나왔다.
일제 말기에는 붓을 꺾었다가 광복 이후에 작품활동을 재개해 ‘옹호자의 노래’ ‘견고한고독’ 등의 시집을 냈다.
기독교가 모태신앙이었던 시인답게 김현승의 시세계는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경건한 사랑이나 고독 같은 인간의 내면을 탐색하고 있다.
그는 또 동시대의 문단에서는 흔치 않았던 주지주의 시인이기도 했다.
그의 마음의 눈은 늘 지상보다는 천상을, 감정보다는 이지를 향하고 있었다. 봄을 지상(가까운 땅)에 비유하고 가을을 천상(머나먼 하늘)에 비유한 ‘가을’이라는 시에서도 김현승의 그런 마음이 읽힌다.
“봄은/ 가까운 땅에서/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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