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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과학기술 대통령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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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과학기술 대통령 나와야

입력
2002.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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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대선토론 등에서 후보들은 교육대통령, 환경대통령, 과학기술대통령 등이 되겠다고 소신을 밝힐 것이다.하지만 국민의 정부에서도 교육, 과학기술 부처의 장관이 수시로 교체되어 교육대통령, 과학기술대통령이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결국 선거기간의 유세와 대통령이 된 후의 인식에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21세기의 국가경쟁력은 기술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누구나 말한다. 따라서 과학기술관련 예산도 증가하고 기술개발 지원정책도 다양하게 추진된다.

하지만 최근 대학 입시에서 자연계 기피현상과 신입생들의 수학, 과학실력의 현저한 저하는 향후 심각한 국가경쟁력 하락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계 대입수능 응시자수는 1998년 37만5,000명에서 2002년에는 19만8,000명으로 불과 4년만에 반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자연계 응시자중 우수 학생들은 의대 등 전문직이 가능한 전공을 선호한다.

서울공대에 합격하고도 차라리 지방의대를 선택하거나, 공대에 들어와서도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니 문제가 심각하다.

기술력이 국가경쟁력 좌우

과학기술 전문가나 관료들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더라도 최고 정책결정자의 의지가 없으면 정책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탄한다.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 대통령의 과학기술육성에 대한 집념은 지대했다.

KIST설립 때 손수 사재를 출연해 초대 이사장직을 맡았고, KIST 건설현장에 수시로들러 막걸리를 마시면서 인부들을 격려한 일화는 유명하다.

KIST가 정부출연금으로 운영됨에도 감사를 받지 않고 연구에만 전념하게 했고, 안보를 그렇게 강조했음에도 KAIST를 설립하여 대학원생들의 군대면제를 감행했다.

박 대통령 당시 최형섭 과기처장관의 재임기간이 7년 반이 넘는 최장수 장관인 것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한데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공계에 우수한 학생들의 지원이 몰리는 것은 당연했고 이것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의 과학기술 직업 선택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IMF위기 후 정부출연연구소의 구조조정은 우수 연구인력이 연구소를 떠나게 만들었다.

또한 정년감축으로 50세 중반만 되어도 장기 연구과제는 주어지지 않고 뒷방 신세를 지게 만든다.

기업에서도 이공계 출신자들은 소수만이 관리직 및 경영직으로 승진하고 대부분은 기술직에 머물러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조기 퇴직되는 운명에 놓여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정년이 없는 의사와 같은 전문직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이공계 출신자들의 취업이 인문계에 비해 수월하고 대우도 좋았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우수인력 확보방안 제시를

이런 추세라면 국가경쟁력의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위기 인식을 공유한다면 대선주자들은 우수 인력이 과학기술계로 몰릴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병역 대체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해외봉사나 복지시설 근무로 병역이 대체되는 것처럼 우수 이공계 대학생들을 정부출연 연구소나 대학에서 병역 대체근무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방이 첨단화할수록 군인력을 소수 정예화로 유도하고, 우수 이공계 인력은 연구로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다. 그러면 국가경쟁력이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과학기술정책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대통령 과학기술 수석비서관을 두는 것이다. 의외로 과학기술계의 이해 대립과 정책 조정은 어렵다.

따라서 대통령 측근에서 이를 조정하는 것이 긴요하고 대통령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과학기술에 두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의 비전을 고민하는 대통령이라면 우선 과학기술 육성을 통해 미래에도 경쟁력 있는 한국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획기적인 유인책이 있지 않으면 영리한 청소년들이 이공계를 선호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염재호·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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