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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선을 넘는 反美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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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선을 넘는 反美 감정

입력
2002.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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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감정이 또 다시 팽배해지고 있다. 이번의 진원지는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다. 쇼트 트랙에서 김동성이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금메달을 도둑 맞아 남녀 노소 할 것 없이 미국욕을 하기에 바쁘다.지난주의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수그러드는가 싶던 반미 감정이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반미 감정은 한미관계의 특수성을 배경으로 고비 고비마다 심한 기복을 보여 왔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그 양상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있다는 데 있다.

■ 지난 해 9ㆍ11 테러 때초등학교에서 조차 미국의 오만함이 화(禍)를 자초했다는 주장이 먹혀 들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최근 인터넷 인기 사이트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또라이 부시’라는 동요와 솔트레이크 금메달 탈취를 신랄하게 비아냥대는 ‘Fucking U.S.A.(제길할 놈의 나라 미국)’라는 노래가 버젓이 올라 있음을 보고 놀랐다.

더 놀라운 것은 청소년들이 이 노래를 흥에 겨워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 ‘또라이 부시’의 가사 중에는 “재봉틀로 (부시의)입을 꼬매 과자도 못 먹게 하겠다” “맥도널드콜라는 아프간의 피 눈물, 버거킹 햄버거는 이라크의 주검들” 이라는 등의 섬뜩한 대목이 들어있다.

‘FuckingU.S.A.’는 미국을 ‘야비한 나라’ ‘더러운 나라’ ‘뻔뻔한 나라’ ‘깡패의 나라’ 라고 주장한다.

‘비열한 도둑놈들’ ‘추악한 강도’ ‘분단의 원흉’ ‘살인자 나라’라는 표현도 거침없이 나온다.

■ 갈수록 치열해 지는 국가간 경쟁과 국익 다툼의 와중에서 미국아니라 미국 할아버지 나라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

하지만 감정이나 정서에 기대 특정 국가를 마구잡이로 매도해 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 일시적으로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화풀이 차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복잡다기하게 얽혀 있는 국제관계는 화풀이를 허용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더구나 한미 양국은 우리 스스로가 인정 하듯 특수관계 중 특수관계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병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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