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을 삭이고 나서야 '내사랑 누굴가'(토·일요일 오후 7시55분,연출 정을영)로 화제를 돌린다.설명은 간단하다."30년간 드라마 작업을 해왔는데,특별히 이야기할게 뭐 있겠소,홈드라마니까 즐겁고 유쾌하면 되지."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대본연습조차도 극비리에 진행해온 방송작가 김수현(60)이 말문을 열었다.26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다짜고짜 '여우와 솜사탕'에 대한 표절 논란부터 짚고 넘어가자고 했다.새로 시작하는 KBS 2TV주말연속극'내 사랑 누굴까'에 대한 이야기는 뒷전이다.
“내 드라마를 베끼는 거야 부지기수다. 하지만 특별히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고동창생끼리 앙숙이라는 설정이야 다른 작품에서도 가능한 것 아닌가.”그런데 이번(MBC주말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은 사정이 다르다.방송작가를 그마두고 싶은 만큼 회의를 느낀다."
그는 ‘여우와 솜사탕’이 10년 전 자신의 작품인 ‘사랑이 뭐길래’를 표절했다며 변호사를 통해 23일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방송가에 떠돌던 소문이 사실로 나타났다.
“캐릭터 성격 똑같다. 보수적이면서 돈은 있으나 근검절약하는 이순재,딸들과 엄마보다 더 친하게 지내는 아버지 김세윤,껄렁꺼렁하고 여자 밝히고 결혼 두려워하는 최민수,당돌하고 똑?Q한 하희라.'사랑이 뭐길래'의 이런 인물이 '여우와 솜사탕'에 그대로 나타난다.앙숙인 고등학교 동창끼리 사돈이 되는 인물설정도, 샌드백 위치만 제외하면 세트도 같다. 대사까지 똑같은데 더 이상 할말이 없다.”
고두심의 ‘돈이 많으면 뭐하냐’는 신세한탄은 대발이 엄마 김혜자가 즐겨하던 대사고, 신혼여행에서 대발이(최민수))의 “뽕 브라(가짜 가슴)가 아니더라”라는 대사는 강철의 “니 가슴진짜더라”로 바뀌었다고 했다. “대목 대목 ‘사랑이 뭐길래’의 총집합”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묘하게도 소송건이 ‘내 사랑 누굴까’의 첫 방송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다.
“지난해 11월21일 변호사를 선임했으나 자료 등 준비 과정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공교롭게도 상대 드라마에 딴지를 거는 걸로 오해할 소지가 있어 화가 난다”고 했다.
특집극 ‘은사시나무’(SBS)가 중간에 놓여있으나 ‘불꽃’(SBS)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그래서 드라마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법도 한데 “드라마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며 “출연 연기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는 말로 끝내고 만다.
김수현의 바람이 말로만 끝날 것 같지 않다. ‘내사랑 누굴까’에는 이승연 명세빈 윤다훈 류진 김정현 외에도 매니저와의 불화를 빚었던 이태란을 과감하게 캐스팅했다.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의 세 아들들과 결혼을 갈구하는 세 여성이 사랑을 엮어가는 동안, 김수현은 곳곳에서 특유의 독설적인 대사로 사회도 꼬집을 거라고 한다.
첫 회에서 “나 죽으면 뒤집어 씌울 사람 없어서 어떡할래”라고 꼬집는 엄마(정영숙)에게 딸(이승연)은 “걱정마. 엄마가 오래 살 테니까”라고 대꾸한다. 처음부터 대사가 독하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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