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봄여름가을겨울 'Bravo My Life'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Bravo My Life'

입력
2002.02.28 00:00
0 0

‘해저문 어느 오후 집으로 향한 걸음뒤에 … 그리 좋진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앞으로 나가 내가 가는 것이 이 길이다/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5년 만에 정규 앨범을 내고 컴백한 봄여름가을겨울의 ‘Bravo My Life’는 보통 사람들의 성실한 삶에 바치는 찬가다.

무한경쟁 속에 거듭되는 실패로 축 처진 어깨를 툭툭 치며 “넌할 수 있어”라고 나직하게 위로를 던지는 노래다.

청ㆍ장년층이 “내게 힘을 주는 노래”라며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다. 실로 오랜만에 가요순위프로그램 10위권 내에도 진입했고, 판매량도 6만장을 훌쩍 넘겼다.

고즈넉한 저녁, 술이 얼근히 오른 중년 가장이 퇴근길에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지친 발걸음을 옮긴다.

‘브라보’라는 단어가 주는 동질감 때문인지 ‘아빠의 청춘’ 의 21세기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힘차게 ‘브라보’를 외치는 대신 정말 술에 취한 듯, ‘부라으~보’하는 혀꼬부라진 김종진의 발음이 익살스럽고 유쾌하다.

약간의 허탈함이 묻어나는 듯한 특유의 보컬이 기운찬 ‘브라보’보다 더 현실적이고 가슴에 와 닿는다.

헝가리의 체스냑이라는, 지붕이 없는 고성(古城)에서 녹음했다. 소리의 넉넉한 울림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Bravo My Life’와 비교해 들어보면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다른 수록곡들도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낯익고 푸근하다. 이장희의 곡을 리메이크한 ‘한잔의 추억’은 원곡보다 더 ‘한잔’의 향취가 짙게풍긴다.

김현철과 유희열, 이적의 코러스가 함께하는 ‘화해연가’는 경쾌한 퓨전재즈의 리듬감이 살아있다. ‘In TheCity’는 투박한 듯한 영어발음과 풍성한 브라스섹션이 어우러져 흥겨움을 준다.

록의 색채가 짙었던 지난 앨범 ‘바나나 쉐이크’와 달리 이번에는 ‘봄여름…’의 근원인 ‘퓨전’으로 돌아왔다.

올해로 꼭 마흔에 접어든 동갑내기 범띠인 김종진과 전태관의 연륜이 느껴진다. ‘이제는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음악적인 본류를 찾은 데서 오는 여유이기도 하다.

가요계 ‘큰형님’들은 잠깐의 침체를 딛고 이처럼 성공적으로 귀환했다. 지난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의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치고, 그들은 제주 대구 부산 등 전국 순회공연에 나섰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