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도심 유명 백화점은 계절보다 앞서 온 ‘봄기운’이 완연하다. 특히 의류 매장은 봄 신상품으로 가득 차 사람들을 유혹한다.그러나 넉넉치 않은 서민들은 백화점의 만만치 않은 옷값 때문에 발길을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값싸고 품질좋은 보세의류 점포로 눈길을 돌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서울에서 꼽을 수 있는 유명 보세타운은 미군부대가 있는 용산 한마음길 일대에 있다.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1번 출구를 나와 용산구 한강로2가 용산우체국에서 미군부대 입구에 이르는 200여㎙ 거리 양쪽으로 상가가 형성돼 있다.
서울시내에서 이촌동의 몇 군데 점포와 함께 보세점의 명맥을 잇고 있는 이곳은 일반인들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입소문에 의한 단골위주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국내 수출업체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외국으로 수출하고 남은 것들이다.
실크 브라우스와 원피스, 투피스 등 여성정장에서부터 티셔츠, 운동복, 아동복, 신발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순면과 마, 순모, 실크등 고급 소재를 사용해 품질이 뛰어나고 디자인과 색상이 고급스럽고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신 가격은 유명메이커의 절반 정도여서 멋과 개성을 추구하는 패션 리더들이 즐겨 찾는다.
여자정장이 12~13만원선, 이국적인 실크원피스가 4만5,000원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근사한 파티복도 9만원대면 구입할 수 있다.
2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에 이르는 여성이 주 고객층이고, 감각있는 개성파 젊은이들도 즐겨 찾는다.
보세상가는 유명 디자이너들이 패션의 흐름을 알기 위해 필수적으로 둘러보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16년째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46)씨는 “여기서 선보인 스타일이 몇 개월 지나면 남대문이나 동대문시장에서 나타날 정도로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곳”이라고 귀띔했다.
보세타운에서 만난 김지연(29ㆍ강남구 논현동ㆍ여)씨는 “여기서 산 옷은 같은 디자인이 많지 않기 때문에 늘 주변으로부터 부러움을 산다”며 “구매를 강요하지않아 마음 놓고 옷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장점은 미국인처럼 몸집이 큰 사람도 쉽게 옷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웬만큼 큰 옷도 이곳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구할 수 있다.
편리한 주차 여건도 자랑거리이다. 상가건물의 주차장이나 도로 양쪽 주장공간은 100여대가 주차할 수 있다.
형식적으로는 30분에 1,000~1,500원의 주차비가 책정돼 있지만 주차비는 거의 받지 않는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이야기다.
용산보세타운이 본격적으로 조성된 것은 20여 년 전부터이다. 한마음길 끝에 있는 미 8군부대 19번 게이트 안쪽에 영관급 숙소가 있어 미군장교 부인들을 대상으로 몇몇 점포들이 문을 열었고, 차츰 소문이 나 상가들이 늘어났다.
지난 몇 년 사이 패션갤러리와 태승빌딩 등 상가건물이 신축되면서 보세타운의 모습을 완전히 갖췄다. 고객의 70%이상이 외국인이다. 영업시간은 오전10시~오후7시이고 매달 세째주 일요일은 휴무다.
최석재 상조회 회장은 “외국에서 생활했던 사람이나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며 “최근에는 지방 도매업자들과 일본의 의류업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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