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전에는 도대체 뭣들 한겁니까.시민들을 녹초로 만들어 놓고 이제서야….” 철도파업이 타결된 27일,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3일간이나 교통ㆍ물류대란을 가져 온 노사 양측의 극한 대치와무대책을 질타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철도 노조원들은 이날 새벽 협상 타결소식이 전해지자 “파국은 면했다”며 반기는 분위기였으나, 일각에서는 “얻은 것이 무엇이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시민ㆍ시민단체 사흘동안 지옥철에 시달렸다는 정성환(鄭盛煥·34·회사원)씨는“공권력 투입없이 노사가 파업을 타결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정부와 노조가 파업 전에 최선을 다해 협상했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택시운전기사 김모(53)씨는 “파업동안꽉 막힌 도로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풀리는 기분”이라며 “서민생활에 큰 타격을 입히는 파업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사 양측은 서로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파업타결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증권사 직원 김일수(金一洙·31)씨는 “사태가 해결된 만큼 증시가 탄력을 받아 900선을 뛰어 넘었으면 한다”고 희망을 전했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朴用薰) 대표는 “파업 기간 동안 정부의 교통대책 시나리오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전세버스 투입, 파업 중 도로공사 중지 등 파업에 대비한 보다 내실있는 교통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조 반응 건국대 등에서 밤샘농성을 해 온 노조원들은 현장 복귀를 서두르면서도 초췌한 표정으로 민영화 문제 등 앞으로의 사태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건국대에서 이틀밤 동안 추위로 잠을 설쳤다는 김모(37)씨는 “생존권을 위해 파업을 했는데도 국민의 발을 묶고 있다는 여론이 부담스러웠는데 협상이 타결돼 홀가분하다”며 “곧 현장에 복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인선 승무원 박모(28)씨는 “우리의 입장은 분명히 전달했다고 본다”며 “파업이 오늘 새벽 타결되지 않았다면 노사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협상 결과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백남수(36) 서울지방본부 교선국장은 “3조2교대 부분에서 노사공동으로 ‘합리적’으로 인력을 산정한다는 등 합의문 대부분이 매우 모호하다 ”고 지적했다.
남모(42ㆍ수색 차량사무소)씨도 “해고자 복직문제를 확실히 못박아도 직장 복귀 여부가 불투명할텐 데 9월까지 합의 처리한다는 식으로 대충 넘어가면 기대할 것이 없다”고 반발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김재길(金在吉) 위원장이‘현장투쟁결의대회”에서 “노조의 승리”라고 주장하자,“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등의 야유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서울열차 승무원노조소속 200여명은 농성장을 떠나려는 김위원장을막고‘허점투성이인 합의안’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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