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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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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봄방학

입력
2002.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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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고 들 한다. 하지만 요지부동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학교다.필자가 초ㆍ중ㆍ고교에 다녔을 때처럼 아직도 각급 학교에서는 지금 봄방학을 실시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둘째와 셋째 아이가 늦잠 자는 모습을 편치 않은 마음으로 지켜보다 출근했다.

겨울방학을 지나고 2월4,5일께 개학을 하더니 불과 10여일 만에 다시 방학에 들어간 것이다. 30여년이 지났건만 어쩌면 그대로인지 모르겠다.

■ 우리나라에 봄방학이 시작된 것은 1961년 ‘3월 학기제’를 도입하면서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일본의 ‘4월 학기제’, 미국의 ‘9월 학기제’를 본떠 각급 학교마다 학기제가 들쑥날쑥했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무이하게 ‘3월 학기제’가 자리를 잡게 됐다. 겨울방학을 아무리 늘린다 해도 2월에는 개학을 해야 했지만 교사들은 새 학년이 시작전에 또 한번의‘짧은 방학’이 필요했다.

중ㆍ고교의 배정에 따른 업무, 성적 처리도해야 했고 교사의 인사이동도 이때 이루어진다.

■ 이로 인해 학교에 관한 한 2월은 그야말로 허송세월이 되고 말았다. 올해의 경우 집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더니 “학교에 가면 비디오만 본다”고 했다.

교과목마다 아직 진도가 채 끝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수업은 전혀 안 한다고 한다. 교실 불을 끄고 VTR에 영화 비디오 한편 걸어놓고 선생님은 나가버려 혼자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다고 했다.

아직 보지 않은 영화라면 그나마 다행이나 이미 본 영화가 태반이라 어쩔 수 없이 잡담하거나 잠 자는 일이 고작이란다.

2월이 되면 지겹도록 자습만 해야 했던 필자의 옛날 기억과 달라진 게 없다.

■ 물론 학교현장에서도 봄방학의 폐단을 잘 알고 있다. ‘3월 학기제’를 고치자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1997년 교육개혁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되었고 ‘9월 학기제’의 도입의 타당성이 제시됐었으나 대학입시 문제에 부딪쳤다.

어느 한해든지 대학 신입생을 뽑지 않거나 아니면 신입생을 뽑은 지 6개월 만에 또 뽑아야 했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을 뻔히 알면서도 5년이나 더 흘렀다.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우선 봄방학 만이라도 빨리 없앴으면 좋겠다.

신재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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