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ㆍ발전 등 공공노조의 파업이 이틀째 계속되면서 수출화물 운송과 일부 산업용원자재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물류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여기에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동조 파업을 벌이면서 현대차 등 일부 사업장의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등 파업사태가 회복기미를 보이는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업들은 파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납기가 급한 화물은 육로운송 등 대체수송에 나서고 있으나, 화물차 구하기 경쟁이 벌어지고 컨테이너 운송비까지 치솟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시멘트와 무연탄 등 철도를 통해 수송하는 일부 원자재들은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재고 부족에 따른 품귀현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물류 대란
수도권지역 수출 컨테이너 화물이 모이는 경기 의왕시 경인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는 부산과 광양 등 수출입 항구로 제때 수송되지 못한 컨테이너 화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
파업 첫날에 이어 26일에도 17편의 화물열차 중 3편 밖에 운행하지 못해 하루 수송 예정물량의 50%를 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하루 컨테이너 수송물량도 52량 1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하나)에 불과해 운송예정물량의 50%인 540TEU가 기지에 그대로 쌓여 있다.
이 때문에 수출기업과 운송업체들은 월말을 앞두고 일부 화물 선적 일정을 조정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무역협회 하주사무국 백재선 차장은 “보통 수출선이 목요일과 금요일 부두에 들어오기 때문에 파업이 장기화하면 막대한 물류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 뿐만 아니라 수출 납기를 제때 맞추지 못해 수출량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철도수송 비중이 높거나 화물차량 대여 의존도가 높은 대한통운 한진 현대상선 등 대형 운송업체들은 컨테이너트레일러 차량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의왕-부산간 화물 육상 운임이 파업전 36만원에서 50만원까지 치솟았다.
대한통운 의왕ICD 이창만 사무소장은 “남아있던 40대의 트랙터가 부산과 광양으로 출발해 당장 내일부터는 운행할 차가 없다”며“일부고객사들의 긴급 주문에 대해서는 수송 스케줄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원자재 품귀우려
철도의존도가 높은 시멘트, 무연탄, 철강, 석유업계와 일부 산업공단에서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심각한 원자재 품귀난을 걱정하고 있다.
성신양회 아세아 한일 현대시멘트 등 4개 시멘트 회사는 대부분 3~4일치 재고만 확보하고 있는데다 생산에 필요한 부원료인 슬러그와 유연탄의 수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철강업계에서도 이날 하루 5량에 해당하는 수송차질이 빚어졌고 충청 경기 남부지역 공단에서는 컨테이너 33개의 수송공백이 생겼다.
포항에서 의왕까지 3,000톤의 강관제품을 철로로 수송해온 세아제강 관계자는 아직은 재고가 쌓여 문제가 없으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수도권지역 공급이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파업 비상
민주노총이 연대파업으로 현대자동차노조가 이날 오후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면서 현대차는 이날 울산 아산 전주 공장에서 모두 1,880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해 240억원의 생산손실을 입었다.
기아차도 노조가 소하리 화성 광주 공장 부분파업을 벌여 700대(88억원)의 차량을 조립하지 못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한상준 공장장은 이날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겪은 파업의 고통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파업을 벌이는 것은 회사와 노조원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전무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회복의 견인차인 수출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높다”며 “명분 없는 공기업 민영화 반대 파업에 대해 정부는 원칙대로 불법파업에 대응해야 하며 노조는 대승적 차원에서 경제회복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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