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은 강물처럼 강물은 순정처럼‘섬진강 시인’ 김용택(54)씨가 새 시집 ‘나무’(창작과비평사 발행)를 냈다.
‘그 여자네 집’ 이후 4년 만에 나온 여덟번째 시집이다. 시집 출간에 맞춰 25일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한 그는 막 나온 시집을 펼치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5년간 재직해오던, 자신의 많은 시와 동화에 등장해 독자들에게 그 이름을 전국적으로(?) 알린 전북 임실군 덕치초등학교 마암분교를 떠나 3월부터는 인근 학교로 전근간다.
“아쉽지만 할 수 없지요”라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봄빛이 묻어나는 섬진강에서 그가 보내온 시 25편은 나무와 강물 같은 자연, 그것을 바라보는 시인의 순한 마음으로 가득하다. 그가 표제작 ‘나무’를 가만가만 읽어주었다.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시인은 나무와 강물과 봄을 지낸다.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지나간다. 겨울은 한 해의 끝이라는, 달력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그는 그냥 있어 보라고 말한다.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다시 봄이었어.’ 겨울은 끝이 아니라 봄을 앞둔 계절임을, 우주의 순환을 한 편의 시에 담은 그에게 세상의 번잡스러움은 한탄스럽다.
‘호수에 물이 저렇게 가득한데/ 세상에, 세상이/ 이렇게 무의미하다니’(‘뜬구름’ 부분)
김씨는 사나흘에 걸쳐 한꺼번에 시를 쏟아내고 한참을 쉰다고 했다. 이번에 쓴 작품 중에는 10쪽이 넘어가는 긴 산문시도 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나 보다.
‘나무에게로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찾아간다. 별, 해, 달, 눈이 가고, 비가 가고, 나도 가고, 나무는 시다. 나무는 소설이다. 잎 피는 나무는 혁명정부다. 새 연인이다. 새로 쓰는 역사다.’
어떤 것보다도 애써 손봤다는 산문시 ‘귀거래사’의 한 구절에는 그의 고민이 맑게 솟는다.
‘아, 나는 지금 시를 써놓고도 제목을 지을 수 없으이. 바람 타는 풀잎 끝처럼 마음이 이리 뿔뿔이, 흩날리며, 정처가 없으니/ 어쩌겠는가.’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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