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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맞으러 섬진강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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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맞으러 섬진강 가볼까

입력
2002.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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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은 뭐니뭐니해도 꽃이다. 그래서 ‘꽃강’ 섬진강은 봄맞이강으로 불린다. 강변을 따라 산수유, 매화, 벚꽃이 차례로 망울을 터뜨린다. 하나 둘 감질나게 피는 꽃이 아니다.한꺼번에 피어 온통 제 세상을 만드는 꽃이다. 원래 3월 중순이나 되어야 본격적인 꽃철이 되지만 겨울답지 않은 겨울을 보낸 꽃망울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이미 매화까지 열리기 시작했다. 올 봄의 꽃나들이는 그래서 꼭 현지의 확인이 필요하다.

■산수유

전북 남원에서 전남 구례로 넘어가는 19번 국도는 거의 고속도로이다. 포장도 잘 되어있고 왕복 4차선에 제한속도가 시속 80㎞이다.

이 길을 따라 전남ㆍ북의 경계인 밤재터널을 지나면 지리산 온천이 보인다. 뒤늦게 알려졌지만 물이 좋아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온천이다.

온천 뒷마을인 상위마을(구례군 산동면)이 산수유 세상이다. 산수유 열매 전국 생산량의 60%가 이 곳에서 나온다. 아예 마을 전체가 노란 구름에 갇혀 있는 듯이 보인다.

산수유는 멀리서 보면 개나리와 비슷하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가지와 꽃 모양이 전혀 다르다. 가지는 개나리처럼 처지지 않았고 꽃은 수십 개의 뿔이 난 왕관을 닮았다.

산수유는 특히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군락을 이룬다. 노란색 꽃봉오리가 물 속에서도 반짝거린다. 꽃을 구경하기 보다는 꽃배경으로 사진찍기에 더 바쁘다.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780-2227

■매화

19번 국도는 전남 구례에서 경남 하동까지 섬진강의 북쪽을 따라 달린다. 강의 남쪽으로도 전남 광양시의 경계를 타고 861번 지방도로가 나있다. 아름다운 두 강변로를 따라 매화가 핀다.

강북에서 흐드러진 매화를 볼 수 있는 곳은 구례군 토지면 송정리. 지리산 자락을 타고 조성된 매화밭은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토지초등학교 송정분교 옆으로 난 가파른 시멘트 포장길을 한참 올라야 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연분홍 색깔이 짙어진다.

그러나 본격적인 매화군락을 보려면 강남으로 가야 한다. 매화마을이다. 1920년대부터 마을 농가에서 매화나무를 심었다. 연간 생산하는 매실은 100여 톤이 넘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나라에서 인정하는 매실장인 홍쌍리씨의 청매실농원(061-772-4066)이 이 곳에 있다. 이제 청매실농원은 매화농장이라기 보다는 멋진 공원이 됐다.

매실을 담는 항아리들이 도열해 있고 매화밭 사이사이로 산책길을 냈다.

농원 본부건물에는 통나무 탁자를 여기저기 설치하고 매실차와 과자를 맛보게 하는 분위기 좋은 사랑방도 만들었다. 매화가 만개하면 즉석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이 모이기도 한다.

사진작가나 화가들이 많이 찾는 곳은 장독대 아랫길을 지나 오르는 능선. 언덕에 오르면 꽃골짜기가 펼쳐진다.

꽃이 만개하면 사람이 꽃에 파묻혀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어디에선가 청매실농원의 사진을 본다면 그것은 90%가 이 골짜기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벚꽃

봄을 완성하는 꽃이다. 평소 섬진강의 벚꽃은 4월 초가 되어야 볼 수 있지만 올해는 예측불허이다.

강의 남ㆍ북도로 양쪽에 모두 벚나무 심어져 있다. 수 년 전 심은 나무들이다. 아직 덩치가 크지 않아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꽃의 정취에 젖을 만하다.

벚꽃의 최고 명소는 쌍계사길이다.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를 잇는 1023번 지망도로 4㎞ 구간이다. 흔히 ‘10리 벚꽃길’이라 불린다.

평균 5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굵은 벚나무의 가지가 2차선 도로에 지붕처럼 드리워져 있다. 꽃이 피면 꽃터널이고 꽃잎이 져 바닥에 떨어지면 꽃길이다.

그래서 ‘혼례길’이라는 이름까지 낳았다. 꽃이 만발할 때 혼례길에 들어서면 제 정신을 놓친다.

모두 차를 길 옆에 버리고 걷는다. 걸어서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 그러나 꽃비를 맞으며 걸으면 두 세 시간이 모자란다. 하동군청 도시관광과 (055)880-2544

섬진강=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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