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처녀의 치마자락으로만 오지 않는다. 식탁 위에도 이미 봄은 찾아오고 있다. 달래, 냉이, 쑥, 두릅, 원추리, 씀바귀…. 봄나물이 지천이다.이제 꽃샘추위만 지나면 자연산 봄나물들이 본격적으로 출하된다. 겨우내 묵은 음식에 찌들었던 가족들의 입맛을 향긋한 봄나물의 내음으로 날려버리자.
■봄나물 제대로 고르기
봄나물은 원래 재배가 필요 없었다. 언제나 봄이 되면 들녘에서 자연스레 자라났다. 하지만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인공적으로 재배를 시작했다.
겨울철에도 봄나물을 먹을 수 있는 모순은 여기서 발생했다. 이제는 봄이다. 제철음식을 찾아먹는 것은 당연하다. 몇 가지 요령만 익히면 자연산 봄나물을 고를 수 있다.
봄나물은 채취한 뒤 시간이 지날수록 섬유질이 많아지고 풍미가 떨어진다. 나물 재료를 구입할 때에는 어리고 연하며 색이 짙은 것을 골라야 한다.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연백유통 장명근사장은 “냉이는 뿌리가 가늘고 떡잎이 진한 갈색인지 살펴야 한다. 달래는 싹이 가늘고 뿌리가 하얀 것이 자연산이고, 돌나물은 크기가 작은 것을 고르면 된다. 씀바귀는 노란 빛이 강하게 나는 것을 고르는 것이 요령”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시장에서는 냉이 한 근에 2,500원, 달래 한 보따리에 1,500원 정도 한다.
■봄나물 맛내는 법
봄나물을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살짝데쳐 볶은 뒤 초고추장이나 간장에 무쳐 먹거나, 국에 넣어 요리하고 쌈으로 먹을 수도 있다.
퓨전요리 형식으로 멋을 내기도 하지만 본래의 향취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침이나 국이 제격이다.
호텔아미가 왕성철 조리장은 “봄나물은 풋풋하고 향긋한 냄새 때문에 그 자체로 입맛을 돋운다. 하지만 조금 더 맛을 내기 위해서는 새콤달콤한 양념으로 무치거나 된장국에 함께 넣고 끓여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봄나물을 조리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비타민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 소량의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야 한다.
다소 쓴 맛이 있는 나물은 데쳐서 물에 여러 번 헹구는 것이 좋다. 떫은 맛이 있는 것은 물을 자주 갈아줘 충분히 우려낸 뒤 떫은 맛이 빠지면 조리하는 것이 요령.
원추리는 주로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 된장 양념에 무친다. 냉이 역시 날 것으로 먹지 못하기 때문에 데쳐서 된장 양념에 무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냉이는 된장국으로도 먹는데 이때 멸치육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뿌리와 함께 요리해야 냉이의 참맛이 우러난다. 반면 달래는 간장이나 고춧가루 양념을 해 생으로 먹어야 한다.
그래야 향이나 신선함이 유지된다. 들에서 캔 쑥은 떡을 해먹거나 다진고기와 함께 요리해 애탕으로 먹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서민적인 방법은 펄펄끓는 된장물에 콩가루를 묻혀 끓여먹는 쑥국이다.
왕 조리장은 “돌나물과 달래는 무치고세 시간만 지나도 숨이 죽고 향이 달아난다. 봄나물의 제맛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먹기 직전에 조리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