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합작 오페라 '안중근 손가락'내달 공연한국과 독일 합작으로 지난해 9월 베를린에서 초연된 오페라 ‘안중근손가락’이 3월 5~8일 저녁 7시 한전아츠풀센터에서 공연된다.
한국 극단 동임(대표 김동임)과 베를린 헤벨극장이 4억원씩 투자해 만든 이 오페라는 ‘한국의 영웅’ 안중근을 넘어 ‘세계평화주의자’ 안중근을 객관적 시각에서 조명한 작품으로 베를린 초연 당시 6번의 커튼콜과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알베르트 오스터마이어의 대본, 하인츠 레버의 작곡, 프랑크 크루그의 연출로 태어난 이 작품은 출연자 5명의 4개 국어 공연, 서양음악과 한국음악의 조화, 브레히트식 서사극 방식과 오페라의 결합 등 실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오페라는 독일인 사업가 펄이 안중근 의사 동상 앞에서 안 의사의 순국 당시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감옥 독방에서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안중근, 그의 환각을 통해 나타나는 어머니, 일본인 검사와 프랑스인 신부를 한국의 바리톤 김도형, 메조소프라노 이현정, 일본 메조소프라노 기미코 하지와라, 프랑스 바리톤 뱅상 피뇨가 각각 자국어로 노래하고 펄 역은 독일 배우 한네스 헬만이 독일어 대사로 연기한다.
음악은 독일 연주자들이 첼로와 베이스 클라리넷, 현악6중주로 미리 녹음한 것을 영상으로 재생하며 장구와 거문고가 무대에서 생음악으로 연주된다.
펄은 자신의 삶, 한국과 독일의 현대사를 떠올린다. 그는 시니컬하다. 대의를 위한 죽음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한 사람 쏴죽인다고 역사가 바뀌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안 의사의 의거와 죽음을 비웃기조차 한다.
이러한 회의적 태도는 안중근 사상의 보편성을 깨닫게 하는 장치로 마련된 것이다. 관객이 몰입하지 않고 무대와 거리를 두게 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서사극 기법을 적용한 셈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위인을 다룬 기존 한국 창작 오페라가 자주 범했던 잘못, 곧 애국심에 호소해 감동을 강요하는 상투성을 탈피하고 있다.
이번 공연을 기획ㆍ제작한 극단 동임의 김동임(49) 대표는 “안중근을 한국의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15가지 이유를 짚어보고 그 배경을 통해 죽음의 철학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이 작품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3년 전부터 헤벨극장에 제작을 의뢰하고 공연을 준비해왔다. “안중근 귀신이 씌웠다”는 말을 들을 만큼 열심히 매달렸다. 제작비는 집을 팔고 협찬을 구해 마련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이던 그는 연극을 전공한 것도 아니지만 어릴 적 친구 기국서의 극단 76단을 뒤에서 돕다가 95년부터 제작자로 나섰다. 그동안 ‘감각의 제국’ ‘교수형’ ‘마라와 사드’를 제작했다.
오페라 ‘안중근 손가락’은 서울에 이어 유럽과 일본 공연을 추진 중이다. 안중근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와 주한독일문화원이 이를 지원하고 있다.(02)436-7142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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