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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7)잉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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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7)잉글랜드

입력
2002.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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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종주국 잉글랜드가 36년 만에 다시 한번 우승컵을 품을 수 있을까. 축구종가라는 자존심 때문에 국제축구연맹(FIFA) 가입은 물론, 1950년까지 월드컵 참가도 외면했던 잉글랜드는 월드컵에서 만큼은 2류국가를 면치 못했다.66년 홈 대회 우승과 90년 이탈리아대회 4위가 내세울 수 있는 성적의 전부다. 하지만 종주국의 자존심을 과감히 버리고 스웨덴출신의 이방인 스벤 고란 에릭손(54)을 감독으로 영입하는 극약처방으로 명실상부한 사자(축구협회 마크)로 거듭났다. 특히 지난해 9월2일 독일 올림피아슈타디온 전광판에 새겨진 5_1 스코어는 잉글랜드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에릭손 효과

에릭손 감독의 영입은 잉글랜드축구협회 140년 역사상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실력 없는 축구종주국은 포기한다’는, 참담한 자기반성이 담긴 일대사건이었다.

지난해 1월 전임 케빈 키건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에릭손 감독은 유럽9조예선서 5연승(1무)을 이끌며일약 잉글랜드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냉철한(iceman)’이라는 별명답게 절대 흥분하지 않는 그는 치밀한 전략가이면서 엄격한 훈련과 선수관리로 잉글랜드축구를 부활시킬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공격적인 축구를 표방하며 지난 20년간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웨덴에서 리그컵과 클럽컵을 10여차례 차지,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린다.

▼베컴과 오언

잉글랜드를 이끄는 쌍두마차는 세계최고의 키커인 데이비드 베컴(27ㆍ맨체스터)과 전천후공격수 마이클 오언(23ㆍ리버풀). 오른쪽 날개로 포진하는 베컴은 뛰어난 체력을 앞세워 중앙과 사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정교한 센터링과 패스로 공격의 물꼬를 튼다. 유럽지역예선 마지막 그리스전 인저리 타임서 보여준 프리킥골 처럼 그의 킥은 ‘일격필살’ 수준이다. 한때 루이스피구(포르투갈), 지네딘 지단(프랑스), 후안 베론(아르헨티나)에 비해 격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주장답게 완숙한 경기조율로 에릭손 감독을 만족시키고 있다.

프랑스월드컵서 혜성처럼 등장한 오언은 100m를 10초8에 주파하는 질풍 같은 드리블과 각도를 가리지 않는 번개킥이 돋보인다.9월 독일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진가를 드높였다. 잉글랜드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2002 월드컵의 유력한 득점왕 후보다.

▼장단점

오언과 헤스키(24ㆍ리버풀)를 투톱으로 하는4_4_2 전형의 잉글랜드는 전통적인 킥앤 러시를 버리고 짧은 패스 위주의 조직력으로 재무장했다. 강한 압박으로 상대 예봉을 제압한 뒤 네빌_베컴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라인을 활용, 빠르고 강한 센터링을 오언에게 연결해 득점한다. 뛰어난 체력에다 에릭손감독 부임 이후 조직력이 한층 날카로워졌다.노장 스트라이커 앨런 시어러(32)가 복귀할 경우 공격에 더욱 무게가 더해진다.

약점은 역시 수비진에 있다. 중앙수비수 솔 캠벨(28ㆍ아스날)은 스피드에 약점이 있고, 리오 퍼디난드(24ㆍ리즈)는 위치선정 미숙으로 돌파를 자주 허용한다. 좌우 측면수비수도센터링, 태클, 위치선정 능력이 떨어진다. 오언의 오른쪽 오금부상과 수비형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22ㆍ리버풀)의 골반부상도 걱정거리.

▼예상성적

펠레와 베켄바워는 잉글랜드를 우승후보국의 하나로 꼽고 있다. 강적 독일을 대파하며 얻은 자신감과 최고감독 아래 다져진 팀워크가 플러스 알파 요인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프랑스, 브라질등에 비해 완성도에서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죽음의 F조’ 예선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조1위를 차지, 16강서 프랑스를 피할 경우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잉글랜드 훌리건 최고 악명 경계1호

축구가 시작된 때는 13세기. 축구는 출발부터 폭력성을 안고 있었다. 원시적인 형태의 축구는 수백명이 참가한 가운데 마을과 마을, 사람과 사람간의 싸움이나 분쟁해결의 수단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1900년대 근대적 의미의 축구가 잉글랜드서 정착됐을 때도 폭력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마침내 60년대 TV 보급의 활성화와 함께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폭력적 행동이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10년 뒤 나머지 유럽국가에서도 폭력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19세기 말에 등장한 ‘훌리건’이라는 용어가 자리잡았다.

훌리건의 어원에 관한 설은 여러 가지 분분하지만 1, 2차 세계대전 기간을 제외하고 매년 유럽에서는 크고 작은 훌리건 사태가 발생했다. 더구나 2차대전 이후에는 인종적 편견까지 가미돼 흑인선수들에게 원숭이 흉내를 내거나 바나나를 던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가장 끔찍한 훌리건 참사는 85년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리버풀(잉글랜드)_유벤투스(이탈리아)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발생했다. 흥분한 잉글랜드 응원단이 이탈리아 응원단을 향해 돌진, 무너진 담장에 39명이 깔려 죽은 것. 이로 인해 잉글랜드 훌리건은 각국에서 입국금지를 당하는 등 경계의 대상이 됐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도 경찰관이 훌리건에게 공격당해 사망했고 최근에도 네덜란드에서 잉글랜드 훌리건 60명이체포되기도 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축구 10경기중 평균 한 경기에서 훌리건 사태가 발생한다고 한다.

훌리건의 폐해는 비폭력 관전문화의 발전을 촉진했다. 덴마크의 ‘롤리건(평화를 뜻하는 rolig에서 파생)’,스코틀랜의 ‘울트라스’는 폭력을 철저히 배제한다. 일부사회학자들은 TV보급과 함께 훌리건이 대중화했다는 점을 들어 선정적 언론에 책임을 묻기도한다. 잉글랜드가 2006년 월드컵 유치경쟁에서 독일에 패한 것은 훌리건 국가로서 단죄를 당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에릭손 "독일 대파했듯 아르헨에도 자신"

“4_4_2를 고집할 만큼 우리는 강하지 않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지난 14일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에서 4_3_3 시스템으로 변화를 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프랑스, 아르헨티나처럼 중앙에 3명의 미드필더를둬 상대적인 경쟁력을 실험해 본 것이다. 우승후보로서 다양한 전술능력을 점검, 한일월드컵에서 우승을 노리겠다는 그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하다.

‘죽음의 조’인 F조에서 살아남는 것이 당면목표지만 에릭손 감독은 “독일을 대파했는데 아르헨티나를 대파하지 말란 법이 없느냐”고 반문한다. 1982년 포클랜드전쟁 이후 앙숙 관계가된 아르헨티나는 86년 8강전, 98년 16강전서 잉글랜드의 발목을 잡은 전력이 있고 북구의 강호 스웨덴은 68년 1-3으로 진 이후 대잉글랜드전에서 한번도 패하지 않은 천적이다. 아프리카의 대표주자 나이지리아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러나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에릭손 감독은 최근 시스템에 변화를 꾀하고 신예들을 발탁, 전력강화 뿐만 아니라 독일전 대승 이후 환상에 젖은 대표선수들을 다잡는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14일 경기서 동점골을성공시킨 다리우스 바셀 등 3명의 신예를 데뷔시킨 그는 “5월 중순까지 누가 대표팀에 남을지 알 수 없다”는 말로 선수들을 더욱 긴장시켰다.

에릭손감독은 정신력을 강조하는 스타일. “전술이나 체력적인 면에서 모두들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정신력은 아직도 개발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며 미래의 축구는 당연히 정신력이 좌우할 것으로 믿는다.

원칙주의자이면서 철저한 도덕성을 강조, 선수들은 그의 ‘정신력론’에압도된 상황이다. 에릭손 감독은 부임 이후 싸움으로 말썽을 빚은 전력이 있는 존 테리, 조나단 우드게이트 같은 훌륭한 수비수들을 여론의 압력에도 불구, 대표팀에서 제외시켰다.

‘일류가 돼야 할 대표팀에서 2류 행동은 우승을 방해한다’는 원칙론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외적으로는 철저히 선수들 편에 선다. 대표선수들의 음주행태를 비난하는 일이 발생하자 “엉망으로 경기를 했다 하더라도 나는 항상 선수들 편이다”며 두둔했다. 그가 왜 맡는 팀마다 우승으로 이끄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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