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그럴듯한 현실을 통해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과 욕구를 그려낸다. 그러나 드라마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면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요즘 현실과 너무 다른 ‘그 햇살이 나에게’처럼 출생의 비밀을 소재로 하거나, ‘겨울 연가’ 등 기억상실증을 주요한 모티브로 삼는 드라마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 햇살이 나에게’ 후속으로 27일부터 MBC가 방송할 수목 미니시리즈 ‘선물’(극본 박후정, 연출 이승렬) 역시 지난해 눈길을 끌었던 ‘신화’ 등에서 선보였던 고아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이다.
이은규 책임연출자는 “지금까지 혈연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사랑을 일구는 감동적인 휴먼 다큐멘터리가 많지만, 입양을 소재로 다루지는 않았다. ‘선물’은 혈연이 아니면서 가족 이상의 따뜻한 사랑이 있는 입양 가족상을 보여주겠다”고 말해 고아의 성장사보다 입양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친남매 이상으로 가까이 지내던 혜진(송윤아)과 창준(박정철). 재정난을 견디다 못한 고아원이 문을 닫자 각각 다른 집으로 입양돼 성장한다.
그들이 재회하는 부분부터 드라마는 시작한다.
어려운 집이지만 7명의 아이를 입양해 사랑으로 감싸는 성재(송재호)의 집에서 자란 혜진은 건축학과를 다니며 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하고, 경식은 입양한 자식을 친자식 이상으로 돌보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창업을 준비한다.
둘 사이에 건축가이자 교수인 경식(손지창)이 나타나면서 갈등은 본격화한다. 혜진은 경식과 창준 사이에서 방황하지만 결국 자신의 곁에 꼭 있어야 할 사람은 창준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드라마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내 입양이 극히 드문 상황에서 고아와 입양 가정을 주요한 캐릭터와 무대로 삼았다.
바람직한 입양 가족상을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한낱 젊은이들의 화려한 사랑의 장치로 등장인물과 배경을 이용한다면 현실왜곡 뿐만 아니라, 입양가정에 대한 잘못된 인식마저 심어줄 우려가 있다.
‘국희’ ‘황금시대’를 연출했던 이승렬 PD는 “현실을 왜곡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입양가족의 현실과 사랑을 키워가는 건강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축을 이루고 있다. 시청자의 가슴 속에 무언가를 남기는 ‘선물’이 되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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