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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항구…어머니…공주…대중가요속 여성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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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항구…어머니…공주…대중가요속 여성의 모습은

입력
2002.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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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21세기 여성특강 '대중가요에서 여성찾기'심수봉의 노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는 노래방에서 혹은 혼자서 흥얼거리는 노래방 인기가요이다.

화자인 여성은 “보내주는 사람을 말이 없는데 떠나가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해”라고 넋두리를 하고, 하루하루 바다만 바라보며 떠나간 남자를 기다리다가 눈물지으며 힘없이 돌아온다.

아무런 생각없이 부르는 이 노래 가사에는 남자는 동적이고 여자는 정적이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명확하게 배어있다.

우리의 대중가요는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담고 있을까. EBS가 25일부터 신설한 ‘21세기 여성특강’이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대중가요에서 여성 찾기’로 그 해답을 찾아본다.

대중음악평론가 이미영(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책임연구원)씨는 다섯 차례에 걸쳐 우리의 대중가요 속에 숨어있는 남성중심적 시각에 근거한 보수적 여성관을 간파해낸다.

많은 대중가요가 ‘남자는 배, 여자는항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에서 여성을 노래한다.

남성은 번지 없는 주막에서 떠나가는(‘번지 없는 주막’) 반면, 여성은 소쩍새 우는 마을에서 하염없기 기다리기만(‘낭랑18세’)한다.

서울간 총각선생님을 울면서 기다리는 것도 섬마을 처녀(‘섬마을 선생님’)다. 떠나간 남자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여성, 그것이야말로 대중가요 속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여성의 모습이다.

어머니에 대한 고정관념 또한 비판의 도마에 오른다. ‘어머니와 여자의 이분법’(27일 방송)은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남성과의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시각.

어머니는 여성이 아닌 ‘제3의성’으로 분류되면서 “여성은 약하지만 모성은 강하다”는 논리가 대중가요에도 그대로 옮겨진다.

90년대 DJ DOC의 ‘수퍼맨의 비애’에서 보듯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가요에서 모성, 어머니는 더욱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일방적으로 인고를 강요당하던 신파적 여성은 1880~1990년대에는 공주파 여성으로 탈바꿈했다.

“생의 반은 그대에게 있어요”(‘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라고 말하거나, “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귀여운가요”(‘알고 싶어요’)라고 물어댄다.

2부 ‘오로지 여자이기 때문에?' '신파적 여성상’(3월6일)은 세상물정 모르고 남성에게 의지하고 집착하는 그런 여성의 상을 짚어본다.

이어 매춘을 은밀하게 묘사하는 가요들(3월13일), 그에 반해 여성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그리는가요들(3월20일)과 페미니즘이 묻어나는 가요들(3월27일)도 살펴본다.

강영숙 PD는 “여성에 대한 논의를 설득력 있고 재미있게 하기위해 대중가요란 친숙한 소재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대중가요가 사회적 진실을 있는 그대로 함축하고 있는지부터 물어야겠지만, 일단 여성에 대한 대중문화의 견고한 고정관념을 깨뜨려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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