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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글과 책] '신언준 현대중국 관계 논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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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글과 책] '신언준 현대중국 관계 논설선'

입력
2002.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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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기자의 독창적 '중국 읽기'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기사가 질긴 생명력을 갖기는 어렵다. 기사라는 장르는 그날그날의 사건들, 정황들과 너무 깊이 밀착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사에 투영된 순간 순간의 사건과 정황은 시간의 물결에 실려 역사의 질료를 이룬다. 그래서 반듯하게 쓰여진 기사는 귀중한 사료의 역할을 한다.

지난 2000년에 작고한 중국사학자 민두기 교수가 엮은 ‘신언준현대 중국 관계 논설선’(문학과지성사 발행)이라는 책을 최근에 읽었다.

민교수의 유작이 돼 버린 이 책은 일제시대에 기자로 활동한 신언준(申彦俊ㆍ1904~38)이 중국에 관해 쓴 기사들을 추려 편집한 것이다.

신언준은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초까지 동아일보의 중국 주재 기자로 일하며 동아일보와 몇몇잡지에 방대한 양의 중국 관련 기사를 기고했다.

요즘 한국에서 세게이는 중국 붐과 상관 없이, 기자는 이 책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책을 대하기 전에는 그 이름도 몰랐던 선배 기자가 어떤 눈으로 자신의 시대를 바라보았는지에 대한 동업자적 호기심이 그 흥미의 한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이 보여주는 신언준의 직업적 열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신언준이 만일 자기 시대의 평균적 기자라면, 그 시대의 기자는 요즘의 기자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고 진지했음에 틀림없다.

아니, 그 시대의 신문이나 잡지자체가 요즘보다 더 진지했던 것 같다. 하기야 고등교육 기관이 드물었던 그 시대에는 가장 뛰어난 지식인들이 언론사 주위에 몰려있었을 터이므로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법도 하다.

신언준의 기자적 관심은 중국의 정치 정세에서부터 그 나라의 지식인들의 판도를 거쳐 재중(在中) 한국 교포들의 삶에 이르기까지 널따란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었다.

정세 분석기사들이 그의 정치적 감수성을 보여준다면, 코민테른의 주중국(駐中國) 지도자 뉴란(牛蘭ㆍNoulens) 부부의 재판 방청기나 중국의 문호 루신(魯迅)과의 비밀 인터뷰 기사는 기자로서의 현장 지향성을 보여준다.

이 책은 혁명과 반동이 교차하던 ‘제국주의 국가들의 공동 식민지’ 중국의 한 시대에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들이대며 한국인의 눈으로 한 시대를 해석한다.

원로 언론인 리영희씨 이전에도 우리에게 뛰어난 중국 전문 기자가 있었음을 알겠다.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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