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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주부학교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엄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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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주부학교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엄마께~"

입력
2002.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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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이 만학의 꿈을 키우는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양원주부학교.21일 졸업식장에는 기구한 사연을 지닌 만학도들의 감격으로 넘쳐났다. 다시 책을 펴드는 기쁨은 가난도 질병의 고통도 무색케 했다.

공부가 싫어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결혼한 유정이(37)씨는 알코올 중독자였던 남편을 대신해 오토바이 배달 업체에서 ‘퀵서비스 아줌마’로 가정을 책임지며 못 배운 설움을 절실히 느꼈다.

영어 간판을 못 읽어 두 시간이 넘게 거리를 헤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뼈저린 심정으로 양원주부학교 중등부에 입학한 유씨는 이제 간판읽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공부 자체가 즐겁기에 고등부에도 진학하고 대학도 갈 작정이다.

배움의 기쁨은 때로 육체의 병마저 잊게 한다. 어려운 집안형편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한 임연옥(44)씨는 학교 등록 후 췌장암과 당뇨 합병증을 발견했지만 수술 후 퇴원을 이틀 앞두고 입학식에 참석했고 쇠약한 몸을 추스리며 공부를 했다.

지금도 고혈압 증세가 있지만 저녁 6시까지 이어지는 보충학습에도 꼬박꼬박 참가한다.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남편 때문에 우울증과 위장병을 앓던 김복이(61)씨도 “공부가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한다.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어요. 신혼생활이 따로 없을 만큼 행복합니다”

왕복 네 시간을 통학에 투자하는 맹렬학생도 있다.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김정례(50)씨는 자가운전으로 꼬박 두 시간씩 걸리는 경기 이천시에서 학교를 다닌다.

본래 경기 광명시에 살다 ‘손주를 봐달라’는 아들의 요청에 이천으로 이사를 가 뜻을 꺾일 뻔 했지만 꿋꿋이 버텼다.

김씨는 “좋아서하는 공부가 아니면 생각도 못할 일”이라고 말한다.

이곳 학생들은 다들 ‘공부가 그럴 수없이 재미있다’고 한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들에게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교사들은 “배움이 고픈 이들에게는 공부 그 자체가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까막눈의 설움을 극복하는 것도 공부의 큰매력이다.

국어교사 정혜정씨는 “집안 경조사 봉투도 못 읽던 엄마가 어느새 한자박사가 되어 대학생 자녀들을 가르친다”고 말한다. 그래서 배운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영어와 한자가 인기과목이다.

요즘은 배움 자체보다는 진학이나 취업 등 뚜렷한 목표를 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양원주부학교에도 검정고시 응시생이 800여 명으로 5년전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손주를 맡아 키우면서 교육을 위해 공부를 시작한 할머니들도 최근 등장한 신풍속이다.

이곳 교사들은 “학생들 수업태도가 전국 최고수준” 이라고 자랑한다. 생활에 지쳐 졸 때는 있지만 적어도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는 학생은 없다.

나이가 있어 배운 것을 금방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토론수업에 활발히 참여하는 등 통합교과적인 이해력을 중시하는 새 교육과정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주부교육기관 어떤것이 있나

양원주부학교는 1983년부터 주부대상 교육을 시작한 대표적인 주부학교다. 중ㆍ고등학교 과정이 각 1년씩으로 음악, 미술, 체육을 제외한 전 과목을 매주 3일 4시간씩 가르친다.

특히 한자와 영어교육에 비중을 두고 학과목 외의 교내활동도 잘 이루어진다. (02-716-0069, www. ajummaschool. com)

양원주부학교는 검정고시를 따로 봐야 하는 사회교육기관이지만 같은 재단의 주부대상학교인 일성여중ㆍ고교는 학력이 인정된다. (02)704-7402

역시 중ㆍ고교과정을 가르치는 한림여자실업고교는 대학진학률이 높다. 올해 고교과정을 졸업한 250명 중 30명이 4년제대학에, 20명이 전문대, 68명이 방송통신대학에 진학했다.

중ㆍ고교과정이 각각 2년씩으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매일 4~5시간을 수업한다.

학력이 인정되는 만큼 수업시간이 다소 긴 편이다. 나경주 상담부장은 “강남ㆍ송파 지역의 비교적 생활수준이 높은 주부들이 많다”고 말한다. (02)400-1872

한글도 깨치지 못한‘무학’의 어머니들도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 서울 YWCA 부속기관인 관악구 봉천동의 기청공민학교는 초등학교 과정을 전문적으로 가르친다.

1~3학년 과정을 축약한 1년 과정에는 국어만 배운다. 2년 과정은 수학과 자연, 한자, 사회과목이, 3년과정에는 여기에 영어가 더해진다.

노석순 교사는 “50~70대가 대부분이지만 건강 등 피치못할 사정으로 공부를 못한 30대도 있다”고 말한다. (02)875-4422

종로주부학교도 한글부터 배울 수 있는 초등학교 과정을 두고 있으며 6개월에 한 학년씩 이수한다. (02)741-7618

‘주부’ 이영애가 영어를 공부하는 모 이동통신회사 CF처럼 인터넷을 통한 만학의 길도 있다.

단 컴퓨터를 어느 정도 쓸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학력 주부가 많이 이용하고 일반 교과과정보다는 외국어나 컴퓨터 특기활동 중심이다.

사이버주부대학(www.cyberjubu.com)은 컴퓨터와 취미, 재테크, 창업 등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검정고시 전문사이트 올패스(www.allpass1.net)도 만학주부에게 도움이 되는 사이트. 실용영어 중심의 배움닷컴(www.baeoom.com), YBM시사닷컴(www.ybmsisa.com)도 둘러볼 만하다.

배움나라(www.estudy.or.kr), 에듀오케이(www.eduok.com) 등에서는 컴퓨터 기초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자격증에 관심있는 주부라면 라이센스몰(www.licensemall.co.kr), 라카데미(www.lacademy.co.kr)를 가볼 만 하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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