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요구할 때 아니다… 일자리지키기 최우선"일본 최대의 전국 노동조합 조직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올해 처음으로 통일된 임금인상 요구를 보류하는 등 노사 집단 교섭인 ‘춘투(春鬪)’에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956년 이래 전 산업분야 일괄 임금인상안을 놓고 노사가 밀고 당기는 춘투의 전통적 교섭 방식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전기연합, 철강노련 등 대형 산별 노련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임금인상 요구를 포기했다.
디플레이션 악순환의 경기침체 속에 대규모 기업도산이 이어져 실업률이 사상 최악인 6 %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노사 양측 모두에 임금인상을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1990년 거품경제 붕괴 후 10년 간 일본의 임금인상률은 계속 떨어졌지만 노측은 춘투 때 인상안을 제시했고 최저 수준의 인상은 이루어졌다. 노측의 임금인상 요구 보류는 지금의 일본 경제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인 셈이다.
그 동안은 노사 모두 물가동향에 따라 임금인상선을 정하는 게 관행이었다.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했던 1974년에는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사상 최고인 32.9 %나 임금을 인상했다.
그러나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에 비해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물가하락이 계속돼 사실상 실질임금이 올라가는 최근의 경기상황은 노측에 임금인상 요구의 근거를 빼앗아 버렸다.
오히려 일본경영자단체총연합회를 중심으로한 사측이 연령과 근속년수에 따라 자동으로 정해지는 정기 승급분까지 동결해야 한다고 공세를 펴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올해 춘투에서 노측은 ‘고용 최우선’을 내세우며 일자리 지키기에 힘을 쏟고있으며, 사측은 ‘기업방위’를 내걸고 기업생존을 위한 노사협력을 부르짖고 있다. 고용안정에는 노사 양측 모두 공감대가 형성돼 각종 아이디어가 백출하고있다.
조합원 약 75만 명의 전기연합은 ‘워크셰어링(일자리 나누기)’ 도입과 임금 감소분 보전을 위한 사원의 부업 자유화를 제안했다.
장기 휴직이나 교대근무제 등으로 일자리를 나누는 대신에 단체협약상 금지돼 있는 부업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신일본제철노조연합회는 조합원의 잔업시간을 단축하고 유급휴가를 늘려 60세 이상 사원의 고용을 연장해주는 방안을 사측과 협의 중이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또 올해 처음으로 파트타임직 등 비조합원을 위한 집회를 열고 정사원과의 균등대우를 요구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파견사원의 증가 등 기업의 고용형태가 다양해져 정사원 조합원이 줄어드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것이다.
대형백화점인 다카시마야(高島屋) 노조의 경우는 정년 후 회사에서 일하는 60세 이상의 촉탁사원들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도쿄=신윤석 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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