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트래픽’과 ‘에린 브로코비치’두 편의 연출작을 동시에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렸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또 다시 ‘미션 임파서블’을 현실로 바꾸어 놓았다.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맷 데이먼, 앤디 가르시아를 불러모아 할리우드판 ‘스타들의 잔치’를 치러낸 것.
그래서 ‘오션스 일레븐(Ocean’sEleven)’은 배우 이름을 어떻게 나열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오히려 거사를 앞둔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이 11명의 프로페셔널을 끌어 모으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 보인다.
카드 속임수의 달인이자 지략가 스타일의 러스티(브래드 피트), 천부적인 빠른 손놀림의 소매치기 라이너스(맷 데이먼)부터 고무줄처럼 유연하게 몸이 구부러지는 중국인 곡예사 옌(샤오보 퀸)까지.
그에게 헌팅 당하는 프로들의 면모도 심상찮다. 오션의 거사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금고털기. 그것도 3개의 카지노에서 모여든 돈을 한꺼번에 터는 것이다.
교도소를 출감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오션은 1억5,000만 달러의 유혹에 빠져든다. 단지 돈의 유혹에만 빠져든 걸까.
그의 목표물인 벨라지오 등 3개의 카지노가 모두 테리 베네딕트(앤디가르시아)의 소유임이 밝혀지면서, 오션의 숨은 의도가 드러난다.
지금 테리의 애인이 된 이혼한 부인 테스(줄리아 로버츠)를 향한 신파적 애정이다.
소더버그는 오션 일당의 거사를 치밀하게 계획했다. 일분 일초의 오차도 없고, 11명의 오션 일당과 베네딕트, 테스까지 주연급이 넘쳐나지만 스토리의 줄기는 흩어지지 않는다.
다만 소더버그의 전작에서 느꼈던 진지함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회문제에 대한 은유나 고민도 물론 없다.
‘오션스 일레븐’에서는 범죄의 스릴감보다는 말장난에 가까운 유머가 더 두드러진다. 오션과 라이너스가 금고문을 열 폭탄을 터뜨리려는 찰나, 리모콘을 누르지만 문은 끄덕없다.
배터리를 미처 확인하지 않아 벌어지는 어이없는 웃음이 시트콤 같다. 조지 클루니나 줄리아 로버츠는 소더버그 작품에 거듭 출연해 그에 대한 신뢰를 확인시켜 준다.
역시 가장 돋보이는 스타는 브래드 피트. 무작정 폼을 잡기보다는 형편없는 가발을 뒤집어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용기에서 연기 생명력을 엿볼수 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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