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선거와 대통령 선거 등이 줄을 잇는 선거계절을 앞두고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한 선거공영제 도입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진 념(陳 稔)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치권이 돈 안드는 선거를 하기로 의견을 모은다면 세금에서 정치자금을 지원해 선거공영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 부총리의 발언은 그가 이미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개인 소신에 가까운 것이지만 최근 재계가 부당한 정치자금을 내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과 맞물려 자연스레 선거공영제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선거공영제 제기 배경
정치권이 아닌 정부에서 선거공영제를 제기한 배경은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정경유착의 뿌리이며,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부패척결은 물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통한 국가 경쟁력을 이뤄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진부총리는 “6월 지방선거비용은 1조5,000억~2조원, 대선은 1조~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돈선거가 지속되면 재벌총수들이 역대 선거 때마다 타의로 외유에 나섰던 악순환이 이번 선거에서도 되풀이 되고, 관료들의 정치헌금 부담과 줄서기 폐해도 해소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거공영제 방식
진부총리가 제시하는 해법은 법인세를 선거공영제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
재경부는 법인세 1%를 매년 적립해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대선 때마다 정치자금으로 기탁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경부는 올해 법인세규모가 16조원으로 추정되므로, 이중 1%를 정치자금 재원으로 활용하면 매년 1,600억원이 조성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자금배분 방식은 예컨대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전국 273개 지역구 출마자중 선거기탁금을 낸 후 5%이상 득표한 후보자(3~5명예상)에게 1인당 2억~3억원을 지원, 총1,600억~4,000억원이면 선거비용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올해 지방선거와 대선후보자에 대한 선거자금 지원은 이미 편성된 세출예산에서항목조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선거공영제가 실시되기 위해선 정치권의 자정실천과 개혁이 확실히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혈세로 선거자금을 주는 만큼, 기업이나 공무원들의 정치자금 기부는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당원에 한해 정치헌금을 허용하되, 헌금한도도 1만~2만원으로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실제 선거공영제 시행으로 이어질 지는 회의적이다.
우선 논의의 주도권이 정부가 아닌 정치권에 있고, 이미 선거가 상당히 임박, 물리적으로 선거공영제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권이 공적 선거자금 외에 별도 정치자금을 조성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가뜩이나 부족한 예산을 선거자금으로 지원하는데 대한 국민적 거부감도 상당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선거공영제란
선거공영제는 자금력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을 막기 위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기본적 선거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로 ‘금권정치’에 대한 견제장치다.
현행 선거법은 122조, 122조의2 등에서 국가 등이 보전하는 선거비용으로 선전벽보 및 선거공보, 신문ㆍ방송 광고 및 유세비용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천문학적 자금이 요구되는 각 당의 후보경선비용, 정당활동비, 선거사무소ㆍ운동원 유지비용 등은 선거비용에서 제외돼 있어 선거공영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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