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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공연 취소 국제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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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공연 취소 국제 망신

입력
2002.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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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감독 장이무 연출로 3월 29일부터 8일간 공연 예정이던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취소됐다.주최측인 민간 오페라단 오페라 르네상스가 세종문화회관에 낼 대관료 7,000여 만원이 없어 공연을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무려 25억원이나 드는 제작비의 80%를 대기업 등의 협찬으로 해결하려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 공연은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오페라 르네상스 측은 당초 1998년 중국베이징의 자금성 야외무대에 선보여 세계적 화제가 됐던 이 작품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그대로 재현할 것이라고 선전했다.

이미 지난 연말부터 티켓예매를 시작해 4,500만원 어치 정도 팔린 상태다.

25억 원짜리 작품을 만든다면서 대관료가 없어 공연을 취소하다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관객은 우롱당한 기분이다. 국제적 망신이기도 하다.

이 공연의 연출은 중국에서, 주역 가수와 무대장치, 의상은 이탈리아에서 오기로 돼 있었고, 일본인 관광객을 겨냥해 일본에서도 표를 팔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는 어느 정도 예상된 바이기도 하다. 오페라 르네상스는 처음부터 초대형 오페라를 제작할 돈도 능력도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공연의 반주를 맡기로 했던 코리안 심포니는 계약서를 수정해 출연료 선불을 요구하고 기다리던 참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또 벌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오페라는 제작비가 수억 원 이상 들기 때문에 공공단체나 기관이 아닌 개인이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재정이 취약한 민간 오페라단이 난립해 국고나 공공기금을 따내거나 기업 협찬을 얻는 등 남의 돈을 끌어다 만들고 공연해온 것이 현실이다. 서울에만도 그런 단체가 10개가 넘는다.

협찬이나 지원을 따내는 데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공연이 무산된다. 협찬이나 지원을 받는다 해도 그것으로 제작비를 전부 확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부실한 무대를 올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가을 졸속 오페라가 양산된 것은 그 사례다. 서울시 무대공연 지원금 덕분에 서울에서 10여 편의 오페라가 올라갔는데 대부분 엉터리였다.

특히 올해는 많은 민간단체가 월드컵 문화행사로 오페라 공연을 추진하고 있어 어느해보다 공연 취소나 부실 무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 예정작만 10편이 넘지만, 대부분 월드컵 관련 행사임을 내세우면 지원이나 협찬을 얻기 쉬울 것이란 계산으로 일단 일부터 벌이고 보자는 식이어서 결과는 불투명하다. ‘투란도트’ 취소는 시작일 뿐인지도 모른다.

이런 부조리한 현상이 사라지려면 난립한 민간 오페라단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 여러 단체에 조금씩 돈을 나눠주는 현재의 지원 방식을 바꿔 제대로 할 수 있는 한두 단체에만 집중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립오페라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신뢰할 만한 공공 극장이 직접 오페라를 제작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관객이 원하는 건 수 많은 부실 오페라가 아니라 잘 만든 한 편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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