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대극장 지하 연습실. 연극 연습은 분명한데 대사를 외우는 배우는 한 명도 없다.배우 20여 명이 오로지 죽검과 목검을 들고 서로 베고 쓰러지는 살벌한 훈련만 반복할 뿐이다.
“동작을 더 크고 호쾌하게 해야지”라는 김재성(38) 무술감독의 호통도 들린다. 벽에 붙인 연극 포스터 제목도 이런 분위기에 걸맞게 ‘암흑전설 영웅전’이다.
컴퓨터 게임을 소재로 한 이색연극 ‘암흑전설 영웅전’(제작 극단 작은신화)이 3월 9~3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원작은 극작가 차근호(30)씨의 2000년 삼성문학상 장막희곡 부문 수상작으로 제목은 고대 두 나라의 영토싸움을 배경으로 극중 주인공이 점점 빠져들게 되는 컴퓨터 게임 이름에서 따왔다.
연습실에서 만난 배우들은 이 사이버 세계에 등장하는 무사와 주술사, 장군들이다.
주인공은 소심한 성격의 작가지망생. 되는 일도 없어 우연히 시작한 ‘암흑전설 영웅전’에 빠져들어 결국 가상공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되는 비극적 인물이다.
게임에서 왕이 된 그가 점점 폭력의 마력에 취하면서 무대 위의 큰 사진도 셰익스피어에서 나폴레옹으로, 결국 자신의 얼굴로 바뀐다.
최대의 볼거리는 역시 컴퓨터게임 캐릭터들의 화려한 무술 장면. 이를 위해 배우들은 우리 고유 무술인 ‘24반 무예’의 각종 검법과 권법을 김재성 무술감독으로부터 3주째 배우고 있다.
김씨는 “24반 무예는 조선 정조 때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화려한 개인 전투술”이라며 “관객들은 중국과 일본의 무술과는 전혀 다른 호쾌하고 큰 동작의 무술을 맛볼 수 있을것”이라고 밝혔다.
연출가 최용훈(40)씨는 “사이버 세계를 어떻게하면 가장 연극적인 어법으로 무대에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가상공간에서 허우적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아픔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화~금 오후 7시 30분, 토 4시 30분ㆍ7시 30분, 일 3시ㆍ6시. 김은석 이혜원 서현철 장용철 등 출연. (02)764-3380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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