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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알리 '그는 링의 神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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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알리 '그는 링의 神話이다'

입력
2002.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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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마드 알리(60). 엄밀히 말해 세계 최강의 복서는 아니었다. 조지 포먼은 24세에 40승을 달성했고, 목사로 활동하다 40세에 세계 헤비급 챔프로 다시 등극했다.어찌보면 권투 역사의 신화를 쓴 것은 조지 포먼이다. 알리는 스타다.

날렵한 몸매, 앞뒤를 가리지 않고 직격탄식으로 말을 쏘아대는 떠벌이, 이슬람교도이자 베트남전 참전을 거부한 정치적 소신 등 주먹말고도 그를 스타로 만든 요소는 많다.

영화 ‘알리’는 1964년 소니 리스톤과의 최초 타이틀전부터 74년 자이레 킨샤샤에서의 조지 포먼과의 챔피언 타이틀전까지 알리의 최전성기 10년간을 화려하게 재연한다.

실제로 알리와 친분이 두터웠던 블루스 연주자 샘 쿡의 ‘Bring It On Home To Me’의 연주로 귀가 솔깃해지면 이내 날렵한 발 동작에 잽싼 훅을 날리는 알리가 나타난다.

1964년 2월 챔피언 소니 리스톤에게 도전하며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겠다”고 호언장담해도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신화를 만들었고, 예정된 것처럼 신화를 계속 만들었다.

노예의 이름인 캐시우스 클레이를 버리고, 이슬람식 이름인 ‘무하마드 알리’로 자신을 호명하고, 67년 “나에게 총구를 겨누지 않는 베트콩과는 싸우고 싶지 않다”며 병역을 거부해 타이틀을 박탈 당하는 것까지. 알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사건’이었다.

영화는 “더 이상 백인이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게 하지 말자”고 설교하는 말콤 X와 알리의 인간적 친분으로 시작해 그가 얼마나 충실한 이슬람교도였는지, 병역 거부를 통해 얼마나 부당한 압박을 받았는지를 알리의 편에서 술회한다.

때문에 종교적 신념을 무색케 하는 복잡한 여자관계마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었던 선택으로얼버무려 버린다.

영화는 비판적인 생각이 비집고 들어설 틈을 잘 허용하지 않는다. 근래 권투영화중 가장 화려하면서도 사실적인 액션이 눈을 사로 잡기 때문이다.

“말라깽이 몸으로 알리 역은 불가능하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윌 스미스를 고집했던 마이클 만 감독의 판정승이다.

윌 스미스는 일단 ‘몸이 됐다’. 외모는 물론 출연 영화(‘맨 인 블랙’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등)까지 ‘백인을 지향하는’ 취향이 물씬했던 그는 18㎏나 불린 몸에 1년 반에 걸친 트레이닝으로 헤비급 선수에 매우 가까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쓰러진 조 프레이저, 카운트를 세는 순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 레이저가 대서양에서 발견했답니다”(조 프레이저와의 대결에서), “이정도 주먹은 계집애거야. 이거 밖에 안돼, 응? 진짜 이게 다야?”(조지 포먼에게 계속 두들겨 맞으며) 등 링 위에서도 쉼 없이 지껄이는 알리의 버릇 그대로를 살려냈다.

‘알리’는 영웅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가 아니라, 영웅이 한 때 어떠했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파스텔톤 실크 천 위에 보석을 올려 놓은 것 같다. 그러나 보석이 가장 빛나는 것은 검은빛 우단 위에 있을 때인지도 모른다.

땀방울마저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이 오히려 이 영화의 단점. 때문에 링 밖의 비루한 인생과 링 위의 땀방울을 짜깁기 한 ‘록키’나 복서의 정치적 신념이 세상과 충돌하는 ‘더 복서’ 보다는 얄팍하지만, 화려하다. 3월1일 개봉.15세 이상.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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