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기자와 만난 민국당 김윤환 대표는 무척 속이 상해 있었다. 민국당의 유일한 지역구 의원인 한승수(韓昇洙) 전 외교부장관이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해왔기 때문이다.한 의원의 공식적인 변은 “유엔총회 의장직을 초당파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외교부장관 재직시 총회 의장으로 선출됐을 때는 아무 말 없다가 장관에서 물러나자 마자 유엔 일을 이유로 와해 위기에 놓여있는 당을 등지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사실 민국당은 각종 선거, 특히 12월의 대선 국면에서 뚜렷한 비전을 갖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정치 득실의 측면에서 본다면 한 의원이 무소속으로 변신, 앞으로의 정치 환경 변화에 대비하려 하는 것을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이 각종 선거 때마다 벌어졌던 ‘정치 철새’‘인간적 신뢰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 앞의 정치적 이익만 좇는 정치 불나방’의 행태와 과연 뭐가 다르냐는 비판을 무시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이는 한의원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주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의 행태도 유사한 예다.
소속 당인 민주당을 배제한 채 야당 의원들만으로 국회를 강행하고 본회의에서 “나를 제명해 달라”고 공개 요구한 데 대해 구구한 평가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 의장은 국회 중립 운영이라는 명분이나 있었다. 여권 쇄신 파동 때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을 공격했던 개혁그룹 인사 일부가 당내 경선을 의식, 앞 다퉈 권 전 위원을 찾아갔던 일은 영 뒷맛을 씁쓸하게 한다.
대선까지는 앞으로도 10개월이나 남았다. 그 동안 우리 정치판에서 얼마나 많은 ‘블랙 코미디’들이 연출될지 한편 흥미로우면서도 두렵고 걱정스럽다.
신효섭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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