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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美초등학교 규율구조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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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美초등학교 규율구조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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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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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교육문제 전문가는 아니다.다만 최근에 미국에 1년간 연구년을 다녀 오면서 자녀를 미국의 공립초등학교에 보냈기 때문에 그 곳 교육시스템을 수박겉핥기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런 짧은 경험에서 느낀 바를 나누고자 한다.

교육시장은 일반적으로 경쟁의 압력이 불완전한 시장으로 분류된다. 관련 정보도 불완전하고 인위적인 진입장벽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서비스 공급자를 규율하는 추가적 구조가 필요하게 된다. 필자가 보기에 미국은 적어도 3단계의 규율구조를 통해서 교육서비스 공급자 즉 개별 교사나 학교, 또는 광역 교육정책단위의 행동을 통제하고 있었다.

제1단계로 학교 내에서의 규율구조의 핵심은 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발전위원회(SchoolImprovement Council)이다.

이것은 교육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여서 학교의 운영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다.

예를 들어 학교 재정의 운용이나 수입증대 방안, 신규교사의 임용, 기존 교사에 대한 평가 및 재계약 여부, 수업 방향의 결정, 수업 성과의 평가등이 중요하고 일상적인 관심사였다.

이 위원회는 우리의 학교운영위원회와 유사한 것이지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언제나 저녁 때 모이기 때문에 낮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전문직 종사자도 보다 쉽게 참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의장은 형식적으로 학교장과 학부모 대표가 공동으로 맡지만, 실질적으로 학부모 대표가 맡는다.

따라서 회의 분위기도 학부모 대표가 학교장 이하 학교 관계자에게 서비스를 ‘주문’하는 것에 가깝다.

우리의 학교운영위원회가 대개 대낮에 열리고 분위기 역시 ‘학교 주최의 설명회’에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것과는 좋은 대조를 보인다.

둘째로 이 위원회는 학교장을 초빙하는 데 실질적으로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필자가 있을때 학교장의 임기만료로 퇴임과 초빙이 교차하였는데 이를 전후하여 이와 관련한 경과보고가 위원회의 중요한 의제였다.

물러나는 학교장이 교장 탐색의 경과를 수시로 학부모에게 보고하는 것은 확실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제2단계로 학교는 지방자치단체장(즉 시장 또는 주지사)에 의해 거의 전적으로 통제된다. 이때 통제의 수단 중 중요한 것은 학교성과와 재정지원을 연계 시키는 것이다.

필자가 있었던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시험적으로 초등학교 몇 개 학년에 대해 주 내의 모든 학교가 참여하는 MCAS라는 학력검정고사를1년에 한 번씩 치른다.

이 시험의 결과는 학교별, 학생별로 집계되는데 지방자치단체는 이 성적에 의해 공립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을 차등화하고 있었다.

이것은 학력을 중시하는 미국 교육의 최근 경향과도 부분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 시험이 임박하면 학교와 학생들은 미국 학교에서는 보기 드물게 상당히 긴장하게 된다. 학교의 명예와 돈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제도가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반론도 간간이 제기되었지만 대세는 이를 찬성하는 쪽이고, 이런 경향은 캘리포니아 등 미국 내 다른 주에서도 점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3단계는 시장이나 주지사의 교육정책 방향이나 과거의 성과는 지방자치선거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정책은 직접적, 최종적으로 주민들의 심판을 받게 된다. 특히 다른 이슈가 많은 주지사 선거와는 달리 시장 선거에 있어 교육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즉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교육자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간접선거로 이뤄지는 우리의 교육감 선출 구조는 이와 큰 대조를 보인다.

이상이 필자가 경험한 미국 초등학교 규율구조의 대강이다. 물론 미국의 초등학교는 이런 규율구조의 차이외에 다른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점이 많이 있다.

학급당 학생수가 20여명에 불과한 데도 수업보조교사의 활용이 일상화 돼 있다는 점, 그리고 잘 정비된 학교 도서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충격은 공급자에 대한 수요자의 규율구조였다.

홍익대 경제학과 부교수 전성인(全聖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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