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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크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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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크로체

입력
2002.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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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년 2월25일 이탈리아의 철학자 베네데토 크로체가 페스카세롤리에서 태어났다.1952년 나폴리에서 몰(歿).비록 크로체가 20세기 지성사의 가장 큰 계보였던 마르크스주의에 거리를 두기는 했지만, 크로체라는 이름을 생략하고 그 세기의 지성사를 기술할 수는없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이념적 지형이 파시즘과 볼셰비즘으로 양분되면서 그는 오래도록 잊혀졌다.

크로체가 파시즘에 충분히 저항하지않아서가 아니라, 오로지 마르크스주의만이 파시즘의 비합리주의를 막아낼 수 있는 방파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크로체의 위세 상실은 그의 제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솟구치는 위세와 짝을 이루었다. 크로체와 그람시의 관계는 흔히 헤겔과 마르크스의 관계에 비교됐다.

유럽의 문화계를 장악하고 있던 좌파 지식인들에게 헤겔이 마르크스의 한 뿌리로서만 의미가 있었듯이, 크로체 역시 그람시의 한 뿌리로서만 의미가 있었다.

철학과 미학에서 문학비평과 미술비평을 거쳐 역사학과 정치학과 언어학에 이르는 방대한 분야에 걸쳐 크로체가 남긴 80권 가까운 저작이 그들에게는 단지 ‘반동’과‘보수적 엘리티즘’의 창고로만 비쳤다.

그러나 ‘인민’‘진보’ ‘유토피아’ ‘역사적 결정론’ ‘만인을 위한 정의’ 같은 동시대의 신화들을 비판하며 크로체가 내세운 개인적 창의성의 철학, 자발성의 철학,의지의 철학(이 말에서는 언뜻 파시즘의 기미가 느껴지지만 크로체는 결코 숙명론이나 초월 따위를 신봉하지는 않았다)을 오늘날 돌이켜보면, 거기 오래도록 찍힌 ‘반동’의 낙인은 근거가 약한 것 같다.

마르크스주의 이념과 체제의 몰락에 편승해서가 아니더라도, 크로체의 철학적 자유주의 사상은 현대 이탈리아 문화의 밑자리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재조명의 가치가 충분하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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