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순방을 마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겨냥한 대 테러전 2단계 작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영국 데일리 텔레그라프, 미국의 워싱턴 타임스 등 서방 언론들은 23일 이라크 공격에 대한 시기와 강도 등을 놓고 드러난 미국 내 강ㆍ온건파 간 이견이 완전 해소됐으며, 미국이 공습 명분용으로 다음달부터 이라크에 대해 사찰압력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달 중순 중동, 유럽 등 11개국을 순방하는 딕 체니 부통령의 임무는 이라크 공습의 불가피성과 함께 사찰에 대한 주변국의 지원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후세인 정권의 사찰거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사찰위기 국면을 최대한 조성시키기 위해 이라크의 생화학ㆍ핵무기, 탄도 미사일에 대한 ‘즉각적이고,무조건적이며, 무제한적’이라는 강력한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존 볼튼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은 “비핵국가에 핵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공약은 9ㆍ11 테러로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는 입장을 밝혔다.
미 행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05년 1월까지 대 이라크 작전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확전에 반대해 온 영국도 4월초 예정된 토니 블레어 총리의 워싱턴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라크 무력응징 불가피론으로 자세를 급선회했다.
블레어 총리는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라크 핵개발 능력에 대한 세부 증거를 공개한 뒤 이에 따른 군사작전 계획을 확정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노선을 비판해 온 독일 역시 ‘미국의 이라크 공격 묵인’ 이라는 입장으로 크게 후퇴했으며, 조지 로버트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사무총장은 이라크의 테러 지원을 경고, 유럽 우방국들도 급속히 미국쪽으로 밀착해 가는 상황이다.
한편독일 디 벨트지(紙)는 이날 미 국방부가 150만 배럴의 항공유를 구입, 중동ㆍ서남아 미 공군기지에 비축함으로써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했다는 추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이라크 공격 3가지 시나리오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 시나리오는 ▲아프간 모델 ▲대규모 지상전 ▲이라크 반체제 단체를 이용한 쿠데타 등 3가지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모델은 대규모 공습에 이은 이라크 반군과 미군 특수부대 연합작전을 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한다는 것으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장관이 주도하고있다. 미군이 개입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나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선 아프간의 전 탈레반 정권과 이라크는 군사적으로 비교 대상이 아닐 뿐더러 이라크 내부에는 ‘북부동맹’ 과 같은 변변한 반군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40만 명의 정예부대와 첨단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는 이라크에 대항하려면 3~4개 사단에 최소 20여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 같은 분석에서다.
토미 프랭크스 중부군 사령관 등 작전 실무진이 입안하고 있는 대규모 지상전은 1991년 쿠웨이트에서의 이라크군 축출을 모델로 하고 있다. 이 경우는 걸프전 당시와 달리 이라크 주변국이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군사작전에는 사우디 아라비아, 터키 등의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사우디는 아랍권에 고조되고 있는 반미감정으로, 터키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반군의 준동을 우려,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라크에 대한작전 시기는 중동 인접국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합전선에 편입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마지막 쿠데타안은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국장이 제기하는 것으로, 테닛 국장은 이를 위해 최근 예멘과 이집트, 사우디 등을 극비 방문했다. CIA는 또 이라크 반정부 단체인 ‘이라크민족회의(INC)’ 에 향후 3개월 간 240만 달러를 제공키로 하는 등 후세인 제거작전을 펴고 있다.
/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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