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누가 여기에 해당할까 생각해 보게 된다.모든 대통령이 제왕적인 권력을 행사했지만, 표본적으로 한사람을 든다면 박정희 대통령을 뽑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 한 사람이 사법부와 입법부의 장을 마음대로 결정했고, 여당국회의원 공천권을 손아귀에 넣어 행사했으며, 소위 통치자금이라는 이름 아래 정치자금을 독점하여 쓰다시피 했다.
18년을 그렇게 정치를 지배했으니 박 대통령을 대표적인 제왕적 대통령이라 할만 하다.
■ 지금 한나라당에서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CEO대통령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당의 개혁을 주장하는 선봉에 박근혜 의원이 서 있다.
그 동안 이 총재를 견제하던 정치인들의 모습은 오히려 박 의원의 짙은 그늘에 가려진 듯한 느낌이다.
앞으로의 일은 모르겠지만 그의 정치적 힘이 세다는 방증이다. 며칠전 도산아카데미 세미나 초청연사로 나온 박 의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 박 의원이 말하는 요지는 명료했다. “어느 대통령이 자기 정권이 부패로 얼룩져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기를 바라겠느냐. 그렇지만 당의 제왕적 총재가 대통령후보가 되고 그가 당선되면 바로 총재와 유대를 가진 사람들로 둘러싸인 제왕적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아마 이회창 총재를 겨냥한 말일 테지만, 일반적으로 누구에게나 수긍이 가는 우리 정치의 모습이기도 하다.
■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을 비판하는 박 의원이 바로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생각에 미치면, 과연 그는 아버지의 제왕적 위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는 얼마 전 “아버지와 어머니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다 총탄에 돌아가셨고, 그래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정치에 대한 절대적 평가와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그의 정치행로와 관련하여 참 흥미롭게 보인다. 세월이 흐르기만 할뿐 아니라 돌면서 흐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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