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위성방송시대 열린다] (3·끝)法 미비ㆍ콘텐츠 부족 '불안한 출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위성방송시대 열린다] (3·끝)法 미비ㆍ콘텐츠 부족 '불안한 출발'

입력
2002.02.23 00:00
0 0

위성방송이 성공하려면 양질의 콘텐츠 확보 등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예상하는 위성방송이 ‘계륵’으로 추락할 것은 자명하다.방송 전문가들은 케이블TV 실패로 1조원의 국가손실이 발생했는데 만약 위성방송이 실패할 경우, 3조~4조원의 비용손실과 함께 방송계가 침체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장 큰 문제는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적합한 방송법과 제도의 미비다. 위성방송의 본 방송이 5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지상파 TV 재송신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9일 “위성방송을 통한 지상파TV 재송신 채널로 KBS1, 2TV와 EBS 세 개로 결정하고 서울 MBC와 SBS는 2년 뒤 재송신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민영방송들의 거센 반발과 대선과 지방선거를 의식한 국회가 위성방송의 재송신채널을 KBS1과 EBS 두개로 한정하고, 그 밖의 채널을 재송신하기 위해서는 방송위의 승인을 받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내놓아 혼선을 빚고 있다.

더구나 아직까지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어 재송신 채널을 둘러싸고 지역민방과 위성방송의 대립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방송과 차별화 할 수 있는 데이터 방송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한 것도문제. 현재 방송법상에 별도 규정이 없어 데이터 방송이 본격화하면 전자상거래 등을 둘러싸고 이해 관계자들간의 갈등이 표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나 많은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해 기존의 지상파TV와 케이블TV와 차별화한 프로그램을 방송하느냐에 대한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김은미 교수는 “콘텐츠의 미래가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들이 무색하리만치 지상파 TV와 대기업 계열사인 일부 프로그램 공급자(PP)를 제외한 대부분의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어려운 사정에 처해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지상파TV 13개와 케이블 TV 채널 50여개의 연간 방송시간은 45만시간. 여기에 86개 비디오 채널을 가진 위성방송이 출범하면 최소한 2만 시간 분량의 신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작인력과 시설이 극도로 취약한 국내 여건으로는 그것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무분별한 해외 프로그램의 유입으로 문화정체성 훼손과 국내제작사의 상황 악화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방송법상에는 해외제작 프로그램을 50%까지 편성할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상당수 PP들이 질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기보다는 값싼 해외 프로그램을 수입해 방송할 가능성이 높다.

위성방송사업자인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의 본방송 채널 구성을 보면 시청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별도의 돈을 지불하는 PPV(Pay Per View) 10개 채널을 제외한 76개 비디오 채널 중 22%인 29개 채널만이 위성방송에서 서비스하는 것일 뿐, 47개 채널은 기존 케이블TV와 같은 내용을 방송해 차별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전북대 언론심리학부 김승수 교수는 “방송의 공익성을 무시하고 영화 및 스포츠, 드라마 등 오락채널이 대거 포진한 것도 위성방송의 문제점 중 하나”라고 말한다.

위성방송의 승패는 디지털TV의 보급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300만~400만원하는 고가의 디지털TV 가격도 위성방송의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학자ㆍ시청자 "위성방송에 바란다"

▦ 정대철(57ㆍ한양대 신문방송학과교수, 한국방송학회장)

“늘어나는 그릇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가 관건이다. 위성방송이 질과 양에서 만족스러운 수준의 콘텐츠가 제공하느냐는 시작 단계에서 판단하기 이르다. 위성방송에서 수많은 프로그램이 쏟아질 것은 누구라도 예측 가능한 일이고, 방송 소비자인 시청자가 결정해야 할 요인이 늘어났다. 그만큼 시청자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 케이블TV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현재 위성방송이 직면한 현안은 지상파나 케이블TV와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다.”

▦ 김춘협(44ㆍ 남제주군 마라도 이장)

“마라도(제주도 남제주군대정읍 가파리)는 대표적인 난시청지역이다. 수신상태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30가구 가운데서 대부분이 아예 지상파방송을 볼 수 없다. 마라도의 주민들은 위성방송에 대한 기대가 크다. 셋톱박스 설치를 기다리고 있다. 위성방송으로는 깨끗한 화면으로 방송을 볼 수 있다기에, 모든 가구가 지난해에 신청했다. 남들 보는 만큼만 볼 수 있으면 한다. 우리의 바람은 소박하다. 146개 채널이 중요하지 않다. 위성방송이 시작되도 KBS2와 MBC 방송을 보지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1월21일에 이어 20일에도 지상파 재송신을 허용해 달라는 탄원서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제출했다.”

▦ 이경희(35ㆍ경기 과천시 별양동)씨

“21일 집에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친구들이 몰려왔다. 전날 셋톱박스를 설치해 위성방송 시청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과천이 분지형태여서 지상파 수신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화면이 깨끗하니까 만족스럽다. 케이블TV도 볼만한 프로그램이 풍부한 것 같지 않아서 지난해 초 끊었었는데, 채널이 많으니까 좋다. 재즈음악을 좋아하기에 장르별로 세분화한 음악방송은 기대 이상이다. 케이블방송과 달리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PPV로 보고싶은 시간에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볼 수 있었던 것도 편리했다. 화면상의 그래픽 디자인이 깔끔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강대인 새 방송위원장 선출 안팎

지상파 재송신등 현안 산적 전문성 '기대' 개혁성은 '우려'

강대인 현 부위원장의 새 방송위원장 선출은 두 가지 의미로 풀이된다. 누구보다 그가 방송위의 문제점과 해결 과제를 잘 알고 있으며, 김정기 전위원장의 사퇴 후, 후임으로 방송 비전문가나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염려한 방송계 안팎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으로부터도 정부의 인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도 있게 됐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강 위원장이 과연 마비상태에 빠진 방송위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이다.

당장 위원장 사퇴까지 몰고 온 위성방송을 통한 지상파 TV의 재송신과 경인방송(iTV)의 케이블TV를 통한 전국 재송신 등 주요채널 운용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또한 방송사간 이해가 첨예한 중간광고 도입 문제의 합리적 결정, 방송과 통신 융합시대를 대비한 정책과 제도 마련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강 위원장이 지역민영방송과 한국디지털위성방송 등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던 채널운용정책 결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방송위 관계자들은 2000년 2월 12일 새로운 통합방송법으 로출범하게 된 방송위부터 몸을 담은 강 위원장이 인적쇄신을 통해 행정마비와 정책혼선을 빚어온 방송위를 단기간에 정상화하고, 방송위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회복시키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는데다 조속히 처리해야 할 채널 정책 등이 산적해있는데다 이번 위원장 선출에 정치권의 입김이 어떤 형태로든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강 위원장 체제의 방송위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스파이스TV 우형동 대표 "플래이보이TV와 계약"

지난해 6월15일 위성방송 PP(프로그램공급사업자)로 선정된 심야성인영화채널 스파이스TV는 방송으로서는 새로운 시도이다. 기존 TV에서 금기시해온 선정적인 성인 영상물이 안방에 입성한 것이다.

스파이스TV의 우형동(사진)대표는 부담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심야성인 채널방송은 틈새시장입니다. 1,500만 가구 중1%에 해당하는 15만 가구를 목표로 하고 있죠. 성인독신 가구만 230만에 이르니까 기대해 볼 만합니다.”

20대 중반~30대 중반의 남성을 주타깃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스파이스TV 외에도 미드나잇 채널과 HBO Plus를 통해 심야시간대(밤11시~새벽5시)에 성인영화를 접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으로만 방송을 보면 성인영화채널은 걱정이 앞선다.

또 월 7,500원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프리미엄채널임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자들에게도 쉽게 노출될 경우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시청자연령 보호시스템이라는 안전장치가 있기는 하다. 우 대표는 “컨버터에 특정시청 등급의 프로그램은 제한하도록 미리 설정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스파이스TV의 경우 시청때마다 비밀번호를입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성인영화 제작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어서, 미국 플레이보이TV와 6년간 국내 상영 독점계약을 맺었다.

플레이보이TV의 작품이 편성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 ‘노랑머리2’를 제작하기도 했던 우 대표는 “장기적으로 그 경험을 살려 직접 프로그램 제작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