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주말 단상] 양귀비가 환생해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주말 단상] 양귀비가 환생해도…

입력
2002.02.23 00:00
0 0

화용월태(花容月態)라는 말이 있다. 꽃과 같이 어여쁜 얼굴에 달과 같은 맵시를 지닌 아름다운 여인을 지칭하는 말이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은 인간의 변함 없는 화두이리라.

중국 역사에서도 미인에 대한 고사가 많다. 절세의 미녀를 ‘경국지색’이라고 하는데 얼마나 예쁘면 임금이 반해서 나라를 뒤집어엎을 정도였을까.

하지만 이 말은 남성 위주의 역사관에서 나온 것이다. 어차피 남성들이 국정을 독차지하고 있던전통 사회에서 여자의 아름다움 때문에 나라를 망쳤다는 것은 일종의 책임 전가와도 같다.

당연한 일이지만 미인에 대한 기준도 시대나 문화권에 따라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나라 때의 조비연(趙飛燕)은 춤추는 자태가 가볍고 날아가는 제비와도 같아서 이름까지 비연으로 바뀌었다니 지금의 수퍼모델 정도의 체형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중국 미녀의 대명사로 불리는 당의 양귀비는 대체로 비만형으로 분류된다. 동서교류가 매우 활발했던 당나라 때의 벽화를 보면 여인의 모습은 다른 시대와는 달리 볼이 통통하고 몸매도 볼륨감이 넘치게 묘사되어 있다.

급속하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미에 대한 관념이나 표준 또한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특히 서양 위주의 가치관이 우위를 점하면서 서구식 미의식이 파급되고 있다.

예를 들어 1950년대와 60년대의 미스코리아 모습만 보아도 요즈음 같아서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감히 도전할 수도 없을 신장과 체중이 아닌가 말이다. 그 때만 해도 적절한 비만은 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모든 여성이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듯 하다.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이 제시되고 그 시장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심지어 지극히 정상적인 체중인데도 더 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여성들이 많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극심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잃거나 거식증 같은 병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꽃 같은 얼굴을 만들기 위한노력 또한 만만치 않다. 유명하다는 성형외과의 방학 중 예약은 몇 개월 전에 이미 마감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그 중에서도 취업 현장에서 여성을 채용할 때 능력보다 용모와 신장을 본다든가, TV 등의 영향이 이처럼 미에 대한 왜곡된 열풍을 몰고 오는 것이 아닌가 한다.

중국의 많은 미녀 중에서 가장 예쁜 여인을 뽑으라면 나는 서시(西施)를 지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어차피 사진으로도 실물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생김새를 유추하는 데는 남아있는 글이나 그림으로 상상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서시를 최상의 미인이라고 하는 까닭은 찡그려도 아름다웠다는 서술 때문이다. 서시는 춘추시대의 월나라 출신이다.

그녀는 견원지간이었던 오월 양국의 정치적 희생자이기도했다. 월의 구천이 오늘날 항주 부근의 회계산에서 치욕적으로 패배한 후 오의 부차에게 미인계를 쓰기 위해 서시를 보낸 것이다.

서시는 오왕의 총애를 얻어 성공한 후 고향인 월나라의 바닷가 마을로 금의환향하였다. 그런데 그 마을에 살던 못생긴 여인 한 명이 어떻게 하면 예뻐질 수 있을까 하여 서시를 보러 갔다.

그녀가 서시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동네 강아지들도 그 여인을 피해갔다고 하는데 서시를 흉내내어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후로 아주 미운 여자를 서시에 대비하여 동시(東施), 남의 결점을 장점인 줄 알고 흉내내는 것을 동시효빈(東施效)이라 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내면 안에서 무르익은 심성에서 나온다. 밝은 표정과 상냥한 말씨, 그리고 남을 항상배려하는 태도가 곧 ‘그녀’의 외모를 빛나게 하는 것은 아닐까.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열풍이 전 사회적으로 일어났으면 한다.

박지훈 경기대 인문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