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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부시 대화제의 거부…北·美관계 예측불허 난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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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부시 대화제의 거부…北·美관계 예측불허 난기류

입력
2002.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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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2일 원색적 목소리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화제의에 반발함으로써, 향후 북미 관계가 극도로 불투명해 졌다.북한은 특히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끝나기가 무섭게 비난 담화를 발표, 단호한 의지를 과시했다.

북한이 예상 이상으로 강하게 대응함으로써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던 한미 양국의 기대도 무너졌다.

다만 북한은 남한 당국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남한과의 대화 재개 여지를 남겼다.

■강력한 반발

북한의 입장은 한 마디로 체제의 부도덕성을 거론하는 미국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결별선언’으로까지 비친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악의 축’ 발언을 한 이후에도 대화 가능성을 탐색하는 듯했으나, 이번에는 “부시 패거리와는 상종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은 특히 부시 대통령의 ‘정권-주민 분리’ 주장에 대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북한이 ‘사회주의 대가정’을 강조해 온 만큼 부시 대통령이 지도자를 건드린 데 대해 절대 좌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험난할 북미관계

북미 관계는 당분간 냉각기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북 특사 파견이나 뉴욕채널을 통해 숨통을 트겠다는 발상도 일단 물거품이 됐다.

북한의 강경 대응에 대해 미국이 당장 ‘검증 가능한 상호주의’를 포기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러나 북미 양국이 마냥 으르렁대며 냉전 분위기를 연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미 양국은 제네바 합의 이행과 북한의 미사일 실험유예 기한이 겹치는 2003년에는 어떤 형태로든 만나야 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양국은 일정기간 소강국면을 겪은 뒤 물밑접촉이나 중국 등의 거중조정으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안한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흔들리면서 대화 조짐을 보였던 남북관계도 순탄치는 않을 것 같다. 북한은 지난해 3월 한미정상회담 후 5차 장관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하는 등 북미관계에 민감했다. 그러나 지난해 9ㆍ11 테러사건 이후 노정됐던 악재들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에 남북관계는 그런 대로 풀릴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북한은 파종기를 앞두고 남한이 준비한 쌀ㆍ비료를 받아야 하는 등 ‘대화수요’도 있다.

북한이 21일 김일성방송대학 특강을 통해 ‘최고위급 대화’를 언급하며 대화의지를 보인 것도 단순하게 볼 수 없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표방해 온 선남후미(先南後美) 정책을 행동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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