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재계,부당 정치자금 거부 결의…"검은돈NO" 실천이 문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재계,부당 정치자금 거부 결의…"검은돈NO" 실천이 문제

입력
2002.02.23 00:00
0 0

정치자금에 관한 재계의 입장은 대략 세가지로 요약된다.첫째, 선거법상 허용된 자금을 기탁하되, 불법 정치자금은 내지 않는다.

둘째, 합법적 정치자금이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통한 ‘공동모금’은 없으며, 지원여부는 개별기업 스스로 결정한다.

셋째, 이번 선거에선 내놓고 특정정당ㆍ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전경련이 21일 정기총회에서 결의문까지 내며 불법정치자금 지원거부의사를 밝힌 것은 양대 선거를 앞두고 밀어닥칠 것으로 보이는 정치권의 ‘돈’ 요구를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과거정권에서 낸 정치자금이 문제가 되고 결국 기업만 피해를 보는 악순환에 이젠 이골이 난 상태”라고 말했다.

투명경영이 강조되는 시장상황에서 분식회계를 동반해야하는 불법 정치자금 조성및 기부는 물리적으로도 어려울 뿐 아니라, 추후 세금추징은 물론 주주나 시민단체들로부터 배임에 의한 민ㆍ형사적 고발까지 감수해야하는 만큼 이젠선거를 주기로 반복되는 정치자금의 족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자금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거나 정치인과 정당이 후원회를 열어 영수증을발급해주는 합법적 정치자금은 앞으로도 개별기업 차원에서 계속될 것인 만큼, 정치권에 ‘저비용 선거’인식만 정착된다면 ‘돈이 모자라 선거를 못치른다’는 불평은 나오질 않을 것이란게 재계의 생각이다.

관건은 재계의 ‘정치자금 자정(自淨)선언’이 얼마나 실천력을 가질 것이냐는 점이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지방자치선거와 대통령선거를 한꺼번에 치러야하는 정치권으로선 현실적으로 기업에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없을텐데, 과연 기업들이 이를 단호하게 뿌리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 재계인사는 “5,6공때 만큼은 아니더라도 정치권력은 여전히 기업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며 “국회의원 선거도 아니고 정권이 바뀌는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한 후보진영이 ‘실탄’을 요구해오면 현실적으로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리스크’가있는 한 기업은 ‘정치보험’을 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쪽은 비상장 중견이하기업과 일부 벤처기업들이다.

최근의 파문을 일이큰 각종 게이트는 외국인 주주와 시민단체들이 감시의 눈을 부릅뜨고 있는 대기업 보다는, 상대적으로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견이하 및 벤처기업쪽이 정치자금 유혹에 훨씬 더 노출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들 기업엔 전경련의 선언이 도덕적 구속력 조차 작동하지 않는게 현실이며, 이 경우 정치권의 공략대상도 이들 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