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밤 10시께 본사 사회부에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A4용지 2장짜리 문서가 팩스를 통해 들어왔다.각급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밀어붙이기식 학교 신ㆍ증축 공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22일자 본보 가판의 ‘학교는 지금 공사중’에 대한 해명자료였다.
야근을 하고 있던 데스크와 기자들은 이 자료를 ?f어 보곤 모두가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교육부의 안이한 현실인식과 교육행정의 눈높이가 이 해명자료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의 학교가 공사판’ 부분에 대한 해명부터가 가관이다. “증축공사는 전체 고교의 39%에 불과한 775개교에서 진행 중인데 어떻게 전국의 학교가 공사판이냐”는 주장이었다.
교육관리들의 판단으로는 개학을 코앞에 두고 10개교중 4개교 꼴로 공사중인 상황이 별 것 아닌 셈이다.
‘학생들이 굉음에 시달리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수업 지장이 없도록 방과 후나 휴일에 집중 공사하고 차단막 설치를 의무화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투였다.
‘운동장을 없애고 교실 증축’ ‘미술실 등을 일반교실로 개조’ 등의 지적에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항변이 계속됐다.
이 자료를 훑어보면서 기사에 나오는 한 학부모의 항변이 문득 떠올랐다. “아이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 현실을 보고 뭘 배우겠어요.” 이 학부모의 말 처럼 교육관리들의 ‘상식’은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좀 다른 것 같다.
교육의 미래를 위해 관리들의 상식과 현실인식능력을 평균적인 수준에 맞추는 일이 급선무라는 생각도 앞섰다.
교육관리들의 현주소를 제대로 확인시켜 준 이 해명자료가 우리 교육에 역으로 ‘약’이 되길 기원할 뿐이다.
김성호 사회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