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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실업 두번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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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실업 두번 울린다

입력
2002.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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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수십차례 취업 낙방후 인력파견업체의 문을 두드린 강모(28)씨.‘일단 경력을 쌓자’는 일념으로 컴퓨터 업체에서 일하던 그는 11개월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컴퓨터업체측은 ‘경영상 어려움’을 사유로 내세웠지만, 단순 사무보조로 일하던 강씨의 후임은 곧바로 정해졌다.

강씨는 그 후 노동단체로부터 ‘퇴직금 지급 시한인 1년을 넘기지 않으려는 컴퓨터업체측의 일상적 조치’라는 설명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씨는 “후임으로 온 파견근로자도 1년이 되기 전에 해고될 것이 뻔하다”며 “정규취업은 어렵고 파견근로는 두려워 앞날이 암담하다”고 말했다.

■피해 사례

취업난 여파로 상당수 고학력자들이 파견근로(비정규직)에 나서고 있지만 휴가 등 근로기본권 실종과 박봉은 물론, 무단해고까지 자행돼 이들을 또 한번 울리고 있다.

이달말 모 여대 졸업을 앞두고 여전히 실업 상태인 선모(22ㆍ여)씨 역시 파견업체에 속아 상처만받은 경우.

선씨는 지난해 가을 일자리를 알아보다 신통치 않자 B파견업체를 통해 모 방문판매업체의 영업관리직을 소개받았다.

선씨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출근 첫날부터 봉고차에 태워 집집마다 방문, 영업을 하는 외근직에 배치돼 3일 만에 그만두고 말았다”고 아픈 기억을 털어놨다.

지난해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부산의 한 카드사에 파견직으로 근무하는 양모(26ㆍ여)씨는 “고용보험은 물론, 직장의료보험 혜택조차 없다”며 “야근을 밥먹듯 하지만 시간외 수당은 엄두도 못낸다”고 하소연했다.

■실태ㆍ대책

노동단체 등에 따르면 이들 고학력 파견직 근로자에 대한 부당 행위는 천태만상이다.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거나 ‘퇴직적립금’을 사측이 부담하지 않고 아예 매달 임금에서 제하는 불법 노동행위가 판치고 있다.

또 연월차, 생리휴가까지 가로막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으며, 백화점 판매직, 건설현장 등 파견근로금지업종(26개업종만 허용)에 파견하는 불법파견도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 노동부 고용관리과 관계자는 “파견직이 정규직에 비해 열악한 대우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교묘하게 행해지는 각종 탈법 행위까지 감독할 인력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혜수(李蕙守)노무사는 “파견업 시장이 해마다 20~30%씩 급성장하면서 군소 영세업체들도 난립해 각종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허술한 법망 정비와 함께 당국의 감독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파견근로

인력중개 역할을 하는 파견업체와 고용계약을 맺고 실제 근무는 일정기간 파견된 사용업체에서 하는 근로형태.

노동력 착취 우려로 금지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도입됐다. 파견기간은 최장2년으로 사무직, 운전직 등 26개 업종에만 허용된다. 파견근로자는 현재 3,000~4,000여 업체에 30만여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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