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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베일 벗어지는 '녹화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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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베일 벗어지는 '녹화사업'

입력
2002.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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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 보안부대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다가 사망한 성균관대 학생 이윤성씨 의문사 사건이 타살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이 사건 수사관들과 보안부대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불온전단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혐의사실은 조작이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이씨가 월북을 기도한 사실도, 불온전단을 소지한 사실도 없었으며,부대 안 정구장 심판대에 목을 매 자살했다는 군 당국의 발표도 조작됐을 개연성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단서로 볼 수 있다.

이씨를 연행한 이유가 불온전단 소지나 월북기도 혐의가 아니라, 녹화사업 때문이었다는 진술은 간과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닌다.

녹화사업이란 반정부 데모 학생들을 강제로 입대 시켜 생각을 바꾸게 하거나, 이들을 학원정보 수집요원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말하는 군사정권 시대 공안통치 수법이었다.

이씨를 학원프락치로 활용하려는 회유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진술은 그 사업의 비인간성과 폭력성을 고발하는 증언이기도 하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접수된 많은 군 관련 사건 가운데 처음으로 타살 가능성이 드러났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의 의미는 크다.

아들의 사망소식을 접한 유가족은 빨갱이로 몰아대는 당국의 서슬이 무서워 곡 소리도내지 못했다 한다.

어머니는 울화병 때문에 오랫동안 정신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이제 단서를 찾았으니 진상규명위는 조사를 서둘러 책임한계를 분명히 가려내고, 엄하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유가족을 위로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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