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를 맞아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새내기들이 원룸을 찾고 있다. 최근 대학 근처는 단독주택을 허물고 원룸을 짓는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전국의 주요 대학을 원룸이 포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대학가의 명물이었던 하숙집의 인기는 시들하고 대신 자신만의 공간을 원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하숙보다 큰돈이 드는 원룸의 인기가 이처럼 높아졌다. 원룸의 대학포위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듯 하다.
■ 원룸에 들어가는 건축자재도 좋아지고 있다. 워낙 많이 짓다 보니 서로 비교가 안 될 수 없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보에 밝아 전월세가 싼 집은 물론, 시설 좋은 곳을 찾아내는데 귀신 같다. 그래서 건축업자의 말로는 고급아파트에 못지 않은 자재를 쓰기도 한단다.
원룸을 선전하는 현수막엔 갖가지 시설이 넘쳐난다. 에어컨, 초고속 인터넷, 붙박이장, 싱크대, 비디오폰, 샤워부스, 카드키, 세탁실 등등. 이젠 큰 건축회사까지 유망사업으로 원룸사업에 뛰어들었다.
■ 대학가의 허름한 하숙집과 자취방에서 젊은 날을 보낸 이들에겐 꿈같은 생각이 들지 모른다.
값이 싼 심야전기로 난방과 온수를 해결하고 버티컬 블라인드로 창문을 가린 원룸의 환상적인 고급시설을 보면 새삼 세상 좋아졌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더구나 주인집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한 건물 수십개의 원룸 속에서는 젊음을 발산하는 갖가지 사건들이 벌어지기 쉬울 듯하다. 원룸촌 근처의 24시간 편의점은 밤을 잊은 지 오래다.
■ 원룸은 점차 대학가를 떠나 시내 곳곳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주택가를 지나다 보면 다세대주택처럼 보이는 건물에 ‘원룸 임대 전월세 가능’이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찾는 이의 다양한 쓸모 때문에 원룸의 작은 공간이 투룸으로 커지기도 한다. 여기엔 젊은 직장인들이 둥지를 튼다.
성인이 되면 독립해서 살아가는 먼나라의 풍습이 유행될 날도 멀지 않다. 원룸이 상징하는 사회변화는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숙하게 들어온 상태이다.
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